[한국에살며] 결핍 동기가 필요한 시기

10년간 초등학교에서 다문화언어강사로 근무하다 올해는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됐다. 고등학생들이라 키도 나보다 더 크고 아는 것도 많을 텐데 강의하다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여간 걱정이 되는게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을 만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국사 시간에 ‘한일합병’을 묻는 질문에 연신 ‘조센징, 조센징’을 외친다든가 수업 소감으로 “중국의 낮잠 시간이 너무 부럽다”, “굿굿” 같은 말만 덜렁 적어낸다. 수업시간에 누군가 정답을 말하면 야유와 조롱, 비난이 섞인 괴성을 지르기도 하며 온갖 비속어를 남발한다. 최소 9년 이상의 학교 교육을 받은 고등학생들이지만 초등학교 3, 4학년생보다 못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배정순 이중언어강사

신체 성장에 비해 정서지능과 인지능력이 정체되거나 퇴행한 것 같은 우려가 든다. 이유가 뭘까. 국어사전에 ‘훈육(訓育)’이란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쳐 기름’이라고 적혀 있다. 즉, 훈육은 사회집단의 규범이나 과업수행 혹은 상황이 요구하는 행동을 스스로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활동이지만, 가정과 학교에서 훈육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아이가 제대로 된 한 사회인으로 자기를 조절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훈육은 꼭 필요하다.

그런데 부모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서 주니 스스로 머리를 쓰고 판단하고 행동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손만 내밀면 먹을 것, 입을 것,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주어진다. 즉 결핍이 없는 생활이 오히려 하고자 하는 동기를 상실하게 만든 것이다. 결핍은 행동의 강한 원동력으로 사람을 분발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이다. 결핍 욕구는 외부로부터 채워져서 우리 내부에서 부족감을 느끼는 경우 이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강한 동기를 갖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결핍 동기이다.

결핍은 창의성과 성장의 원동력이다. 지금 당면한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직시하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마음과 의지가 생기기도 한다. 또 시간 관리와 휴대전화 게임 같은 유혹에서 벗어나 독서와 운동, 미래를 위한 자격증 취득 등에 정신적 에너지를 쏟게 된다. 부모의 과도한 보호를 자제해야 한다. 자녀에게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하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기회를 많이 줘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모든 걸 제공해 주고 대신 해주면 지금은 편한 것 같지만 길게 멀리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을 모르는 바보가 되고 무기력하고 무능한 허수아비가 되어 버릴 것이다. 어떤 문제와 결핍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결핍이 동력이 되어 강한 의지로 노력하여 극복하고 해결하면서 부족함을 채우고 성장하여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배정순 이중언어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