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산물 최대 수입’ 홍콩, 오염수 방류 땐 금수 ‘초강수’
홍콩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로 인한 안전상 우려로 인해 일본산 수산물의 금수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식품 안전 보장을 위해 이 문제(원전 오염수 방류)를 진지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만약 실제 방류가 이뤄진다면 우리가 취할 조치는 현재 규모를 크게 넘어서는 다량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장관은 신속한 조치를 위해 환경부 장관에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방사능 식품 섭취의 부작용은 몇 년 뒤에야 표면화될 것”이라며 “어떤 전문가도 오염수 방류가 식품 안전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그간 후쿠시마, 지바, 군마, 이바라키, 도치기 등 5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해 방사선 검사 증명서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수입해왔다. SCMP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향후 태평양 조류의 방향을 고려해 후쿠시마현 이남에 있는 현들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홍콩이 실제 수산물 금수에 나선다면 수출 등에 적잖은 여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산 수산물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었으며, 두 번째가 홍콩이었다. 홍콩 내 일본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만일 금수가 확대되면 일본산 식품 수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현지 일식 레스토랑 등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초강수 대응은 중국 정부 방침과 궤를 같이한 것이다. 중국은 오염수 방류에 관한 이해당사자로서 일본 정부를 비판해왔으며, 최근 후쿠시마현 등 10개 현으로부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타 지역으로부터의 선적도 전수 검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의 또 다른 이해당사국인 태평양 섬나라들 사이에선 오염수 방류를 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올해 초까지도 적극적인 반대를 밝혔으나 일본 정부가 외교전을 강화한 뒤 일부 국가들에서 기류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PIF 의장을 맡고 있는 쿡제도의 마크 브라운 총리는 이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회담하면서 방류에 대한 회원국들의 견해가 갈리고 있다며 IAEA와 일본이 계속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그간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등과 관련해 일본 소재 각국 대사관들을 상대로 121차례 설명회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부터는 IAEA 보고서에 관한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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