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잡고 금리도 멈췄다…6월은 파월의 시간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7. 1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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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보다 고작 0.2% 상승하고 전년에 비해서는 3.0% 오르는데 그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동결 타이밍이 재조명 받는다.

결과적으로 끈적끈적하게 내려오지 않던 인플레이션이 6월에 드라마틱하게 잡힐 것을 예상하고 경제충격을 감안해 금리동결을 한 것이 됐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비 3.0%로 나타났다. 5월의 4.0% 보다 1.0%p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 예상치였던 3.1%보다도 낮은 수치다. 인플레이션이 드디어 잡히고 있다는 명확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6월의 물가 증가세가 2년 전인 2021년 8월 이후 가장 작은 폭이라고 밝혔다. 6월의 근원 CPI는 지난해보다 4.8%, 전월보다는 0.2% 상승했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수치다. 근원 CPI의 전월비 상승폭 역시 2021년 8월 이후 최소폭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지난 6월 FOMC(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치고 1년3개월에 걸쳤던 금리인상 캠페인을 잠시 멈췄다. 인플레가 지난해 말 9% 넘게 치솟자 연준은 1년 여 동안 기준금리를 급하게 500bp나 올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올해 초 미국 지방은행들이 연쇄 도산을 하고 충격파가 은행 시스템 전체에 미칠 우려까지 제기됐다. 연준은 은행권에 무제한 자금공급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내내 금리인상 긴축 기조는 유지했다.
올초 미국 지방은행 연쇄도산…시스템 충격 막고 위험절연 성공
(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실리콘밸리가 만든 편리한 IT 세상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망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스마트폰을 켜기만 하면 은행과, 전 세계와 연결되기에 세우고 키우는 데 40년 걸린 은행을 거꾸러뜨리는 데 불과 36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른바 '늑장 정책'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인플레 경고는 이미 코로나 발발 1년 후인 2021년 초부터 나왔는데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이 길게는 1년이나 지체됐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뒤늦은 인상으로 인해 한 번에 75bp씩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세 번이나 반복하기도 했다. 전세계에 미치는 충격파가 커지자 파월에 대한 비판은 더 커졌다.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세계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모든 비난에도 불구하고 1년 여만에 끈끈하던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한 3.0%로 사정권에 들어왔다. 이런 결과는 파월에 대한 평가마저 반전을 이루게 한다. 일단 증시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올초부터 AI테마와 빅테크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반전 랠리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CPI가 3.0%로 나타나자 증시는 다시 추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말께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이들도 많지만 사실상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우존스 지수(DJIA)는 이날 오전 200포인트 이상 점프했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1% 안팎 상승하고 있다.

키 프라이빗뱅크 CIO인 조지 마테요는 "오늘 CPI 보고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물가와 싸우는 와중에 마침내 (미국에서) 그것이 냉각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연준은 이 보고서를 그들의 정책이 원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장의 기대가 크지만 연준은 이미 6월 수치를 예상했고 이제는 그 너머를 생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은 헤드라인 CPI보다는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를 중시하는데, 이는 아직 4%대 후반에 머물고 있어서다. 파월 의장은 이에 더해 CPI보다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와 근원 PCE를 더 중시한다.

연준은 일단 CPI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택 비용이 완화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율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지난 6월 주택 관련 지수는 0.4% 상승해 연간으로는 7.8% 상승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브라이트MLS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사 스터티번트는 "인플레이션의 큰 부분을 차지한 주택 비용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팬데믹 말미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빨리 인상했기 때문에 주택공급이 감소하면서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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