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쌍둥이’ 판다

김태훈 논설위원 2023. 7. 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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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아이들이 어렸을 때 판다 보고 싶다는 성화에 용인 에버랜드를 여러 번 갔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속 판다처럼 활기찬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자고 있거나 게으르게 누워서 대나무를 먹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어쩌다 몸을 일으켜 관람객 쪽을 보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판다의 게으름은 생존 전략이라고 한다. 판다는 해부학적으로 잡식성인 곰에 가깝다. 장(腸) 길이도 곰처럼 짧아 질긴 섬유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대나무를 하루 30㎏씩 먹지만 고작 17%만 양분으로 쓴다. 그러니 최대한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야 생존에 유리하다. 번식에 쓰는 에너지도 극도로 아낀다. 암컷 발정기가 연중 사나흘에 불과해 임신 확률이 매우 낮다. 새끼는 임신 4개월 만에 몸무게 100g을 조금 넘는 미숙아로 낳는다. 포유류 어미는 평균 자기 몸무게 26분의 1 크기로 새끼를 낳는다. 판다는 900분의 1이다. 두 마리가 태어나면 한 마리는 포기한다. 이러고도 여태껏 멸종하지 않은 게 기적이다.

▶그렇다고 허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맹수에 가깝다. 판다는 몸길이 1.8m에 무게가 최고 160㎏까지 나가는 거구다. 단단한 대나무를 부수는 턱 힘으로 한번 문 것은 놓지 않는다. 악력도 세다. 몇 해 전 중국에서 우리 앞에 앉아 있던 남자를 판다가 앞발로 붙잡은 적이 있다. 성인 서넛이 달려들었는데도 떼어 놓지 못해 겉옷을 벗기고 간신히 탈출시켰다.

▶용인 에버랜드에서 자이언트 판다가 쌍둥이를 낳았다. 쌍둥이 판다 탄생은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판다에겐 인간의 관심을 끄는 매력이 있다. 몇 해 전 일본 도쿄 동물원에서도 판다 쌍둥이가 태어났는데 방문객이 크게 늘고 주변 음식점까지 덩달아 특수를 누렸다고 한다. 중국이 그 매력을 외교에까지 활용한다. 판다는 얼마 전까지도 멸종 위기종이었고 인간의 노력으로 개체 수가 조금 늘었지만 전 세계 1800여 마리에 불과한 멸종 취약종이다.

▶판다가 지금껏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귀여운 용모 덕도 컸다. 인간이 판다 번식에 열성을 기울이는 것도 판다의 외모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불곰처럼 험상궂게 생겼다면 일찌감치 멸종했을 거라고도 한다. 맹수의 위용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데, 이것도 생존 전략이라고 한다. 사람처럼 가슴에 젖이 달려 있어 새끼를 품에 안고 수유하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새끼들을 어미 판다가 입으로 물어 가슴에 올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는 사람이 많다. 갓 태어난 쌍둥이가 건강히 잘 자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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