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인데 나가라더라”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막막한 환자들

장근욱 기자 2023. 7. 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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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이틀간 진료 차질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에서 간호 인력이 환자 병상을 옮기며 ‘7·13 총파업’을 독려하는 팻말을 지나고 있다. 복지부는 파업 기간 이틀 동안 일부 병원에서 입원 차질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13일부터 이틀간 파업한다. 간호사 등 조합원 6만4000여 명 중 4만5000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수술실·응급실·중환자실 등은 필수 인력이 남기 때문에 돌아가지만 입원실은 간호사 부족 등으로 운영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12일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많은 일부 병원에선 수술을 취소하고 입원실 환자들을 퇴원시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파업 이틀 동안 일부 병원에서 입원 차질 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은 의료 민영화 저지를 주장한 2004년 이후 19년 만이다. 노조는 간호 인력 확충, 의대 증원, 공공 의료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과 개별 노조 간 임금 협상도 진행 중이다.

파업 참가 병원은 사립대 병원 29곳, 국립대 병원 12곳, 공공 병원 12곳 등이다.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등 5대 병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 경희대병원,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 총 20곳의 노조가 파업할 예정이다. 이 상급 종합병원들은 진료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은 정상 가동할 예정이고 환자 퇴원이나 전원 조치도 계획이 없다”며 “그러나 파업 상황에 따라 비응급 환자의 입원 일정 등은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경희대병원 직원(의사 등 제외) 중 노조 가입 비율은 약 60% 정도다. 고대안암병원과 고대구로병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네 병원들은 노조 소속 간호사가 파업에 참여하면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개인 병원은 노조 가입률이 낮기 때문에 동네 병원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의료인력 확충과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전야제를 하고 있다. 그 위로 한 입원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이번 보건의료노조의 대규모 총파업은 2004년 이후 19년 만이다. 2023.7.12/연합뉴스

노조 조합원이 다수인 일부 병원에선 이미 진료 공백이 생기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직원 약 60%, 국립암센터는 약 50%가 노조원이라고 한다. 경남 양산의 부산대병원 분원은 지난 10일부터, 부산대병원 본원은 12일부터 중증을 제외한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수술 일정도 조정했다. 정상적 입원실 관리가 어려운 만큼 환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12일 양산부산대병원 창구 앞에서 만난 김모(56)씨는 “동생이 암 환자인데 퇴원하라고 해서 급하게 다른 병원을 구했지만, 정작 동생을 태울 사설 구급차를 구할 수가 없다”며 “아픈 사람을 볼모로 잡고 파업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모(55)씨는 “다리가 마비된 어머니가 욕창 제거 수술로 입원했고 상처에서 아직 진물이 나오는데 퇴원하라고 한다”고 했다. 환자와 가족들은 짐 가방을 들고 줄지어 병원 문을 나섰다. 병원 측은 파업이 이틀 이상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재입원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재입원하려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로비엔 이날 ‘투쟁 없이 미래 없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노조원들은 로비에서 파업 전야제 행사를 했다. 국립암센터는 13~14일 예정된 수술 100여 건을 모두 취소했다. 환자 서모(63)씨는 “오늘부터 4박 5일 동안 항암 입원 치료를 받으려고 파주에서 왔는데 입원실이 없다고 한다”며 “언제 다시 오라는 말도 없어 힘들다”고 했다. 이모(63)씨는 “암 환자 중엔 오늘내일하는 사람도 많은데, (병원이) 파업하면 암 환자는 어디로 가라는 건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간호사를 제외하고 의사·간호조무사 등 보건 의료 14직역이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서울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 회원들은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보건 의료 현장의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양산 부산대병원 등 특정 병원은 간호사의 노조 가입률이 높아 기능을 못 할 수 있다”고도 했다.

12일 민노총 금속노조도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하루 일정으로 ‘정치 파업’을 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전·오후 조가 2시간씩 부분 파업했다. 이날 오후 현대차 울산 공장 정문에선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일을 마친 노조원들의 퇴근 행렬이 20분 가까이 이어지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참여는 5년 만이다. 울산 공장은 한동안 생산 라인이 멈췄고 2000대 이상 생산 차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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