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조 찍을 비장의 무기 꺼냈다…백색가전 명가의 야심찬 변신
가전 넘어 ‘스마트라이프솔루션’
가전 판매 넘어 플랫폼 사업으로
전장은 2030년까지 20조원으로
전기차 충전·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신성장사업에도 투자할 것
취임 551일을 맞은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12일 ‘스마트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1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2013’에서 조성진 당시 LG전자 H&A사업본부장이 “2015년 전 세계 가전 분야 1위를 하겠다”고 밝힌 지 10년여 만이다. 구체적인 매출 목표까지 포함한 미래 계획을 내놓은 건 LG전자의 65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미래 비전 발표에는 LG전자의 ‘자신감’과 ‘위기의식’이 동시에 녹아있다. 가전 분야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놨던 LG전자는 이미 미국 월풀을 제치고 전 세계 1위 가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전장(VS)사업본부는 지난해 처음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 세계 가전과 TV 수요가 위축되면서 LG전자를 먹여 살리던 주요 사업들의 미래 성장성은 예전 같지 않다. 조 사장이 “부임 뒤 23개국 지구 8바퀴 반에 달하는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직접 시장을 확인하면서 든 생각이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긴 힘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 사장은 “고객은 광고를 보는 대신 다양한 무료 콘텐츠를 즐기고, LG전자는 TV라는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광고수익을 누리는 사업모델”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LG채널 콘텐츠 강화를 위해 5년간 약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생활가전도 서비스 기반으로 바뀐다. 구매 뒤 새 기능을 더해주는 ‘업(UP)가전’을 더욱 키우고 구독과 스마트홈을 접목한 ‘HaaS(Home as a Service)’를 내놓는 게 목표다.
LG전자는 가전 렌탈·케어십 서비스도 확대한다. 렌탈·케어십 서비스는 최근 5년간 매출이 연평균 30% 성장한 분야다.
기업간거래(B2B) 사업도 LG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분야다. 가장 대표적인 B2B 사업은 LG전자 내 ‘아픈 손가락’에서 어엿한 ‘효자’로 자리매김한 전장 사업이다.
조 사장은 “2030년까지 전장사업 매출액을 2배 이상 키워 20조원 규모로 글로벌 상위 10위권 전장업체로 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장 사업 매출은 8조6000억원이다.
LG전자는 냉난방공조 사업과 빌트인 가전도 키워나간다. 특히 냉난방공조 사업은 2030년까지 매출액을 두 배 이상 키울 계획이다.
조 사장은 “에어컨 기술을 활용한 난방이 확대되고 있어서 고효율 인버터 기술을 갖춘 LG전자로선 사업을 확대할 최적의 시점”이라며 “연내 북미·유럽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확대해 빠르게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빌트인 가전 부문에선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공략을 본격해 전 세계 상위 5위권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조 사장은 밝혔다.
조 사장은 미래 먹거리로 키울 신사업으론 ‘전기차 충전사업’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을 꼽았다. 전기차 충전사업의 경우 단순히 전기차 충전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자회사 하이비차저가 전기차 충전기 4종을 국내에 출시했고, 내년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아시아에 진출할 계획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LG전자는 미국 원격의료기업 암웰과 손잡고 비대면 원격진료 솔루션에서 예방· 사후관리 영역으로까지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메타버스도 LG전자가 힘을 주는 분야다. LG전자는 현재 글로벌 플랫폼사와 손잡고 혼합현실(MR) 기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조 사장은“메타버스 플랫폼과 콘텐츠, 디바이스 등 3가지 요소를 골고루 갖춘 챔피언은 아직 없다”며 “글로벌 파트너들과 역량을 교환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조인트 벤처(JV)나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조 사장은 “M&A 등에 대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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