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마약음료', 中서 동창생에 지시…주범 한국인 검거(종합)

中 공안이 20대 한국 남성 검거…"송환 협의"

지난 4월 강남구청역 인근서 마약 음료수 건네는 용의자. /사진=서울 강남경찰서

중국 공안이 지난 4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강남 마약음료' 사건의 주범 이모씨(26)를 검거했다.

경찰청은 12일 한국인 주범 이씨가 지난 5월24일 중국에서 검거돼 한중경찰의 공조하에 이씨에 대한 추가 수사와 함께 국내 송환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 4월3일 오후 서울지하철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 학원가와 학교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한다며 학생들에게 필로폰 성분이 첨가된 음료수를 건네 마시게 한 후 학부모를 대상으로 협박전화를 건 범죄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있는 이씨의 지시를 받은 길모씨가 강원도 원주에서 마약 음료를 제조해 서울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길씨는 이씨와 중학교 동창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출국하며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한 정황을 바탕으로 이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고자 출국해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4월 경찰은 이씨가 활동하고 있는 중국 내 지역을 특정했다. 또 이씨 외에 마약 음료 제조에 사용된 빈병을 제공하는데 가담한 중국 국적 박모씨(39), 길씨에게 필로폰을 공급하는 등 범죄에 가담한 중국 국적의 이모씨(32)도 특정해 추적을 지속해왔다.

같은 달 경찰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필로폰 음료를 제조한 혐의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길씨, 협박전화를 걸 수 있도록 중계기를 운영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는 30대 남성 김모씨와 길씨에게 마약을 전달한 30대 남성 박모씨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이들에게 5년이상의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수 있는 마악류관리법 제58조(미성년자 제공)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유통사건 개요/사진제공=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또 길씨에게는범죄집단 가입활동죄, 특수상해 및 특수상해 미수죄, 공갈 미수죄 등 혐의도 적용했다. 길씨가 상선들과 함께 마약음료 범죄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눈 것으로 본 것이다.

이후 중국에 체류 중인 상선 검거를 위해 경찰은 중국 당국에 협조를 요청해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월 20일 협조를 당부하는 친서를 중국 당국에 전달했으며 국내 수사 주무관서인 서울경찰청은 그간 추적해 온 단서를 공유했다.

경찰청은 또 실무 출장단을 중국에 파견해 이씨에 대한 추가 단서를 중국측과 공유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이씨를 비롯해 중국 국적인 일당 박모(39)씨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공안부가 관할 지방 공안청에 긴급지시하는 등 한중 경찰의 긴밀한 협력을 거쳐 이씨의 신병을 차질 없이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중국 공안과 공조해 이씨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브리핑실에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범행도구로 사용된 마약음료가 놓여 있다. 이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 음료를 직접 제조하고 서울로 전달한 피의자 A 등 관련 피의자 총 7명을 검거하고, 이중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피의자 3명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강주헌 기자 z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