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우크라에 ‘조건부 가입 승인’ 제시…젤렌스키 “시간표도 없이, 터무니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조건부 가입 승인’을 제시했다. 당장 나토 가입이 어렵다면 구체적인 가입 일정과 함께 종전 후 가입시켜주겠다는 ‘확답’이라도 달라는 우크라이나 측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터무니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11일(현지시간) 31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일정을 마친 뒤 공동성명을 내고 “가입 조건이 충족되고 동맹국들이 동의하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3국과 폴란드 등 안보 위협을 크게 느끼는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미국과 독일 등이 전쟁 중인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가입 신청국이 거쳐야 하는 절차인 ‘회원국 자격 행동계획(MAP)’을 면제해주기로 합의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 나토에 합류한 핀란드도 MAP를 면제받았다.
나토는 이번 합의가 우크라이나가 향후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명시한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의 선언보다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대한 진전”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명확한 ‘가입 시간표’를 받길 원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입 시간표가 설정되지 않은 것은 전례 없고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불확실성은 곧 나약함이다. 이는 러시아가 테러를 계속할 동기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빌뉴스를 찾아 우크라이나를 33번째 나토 회원국으로 만들자는 취지의 ‘#우크라이나 나토 33 행진’에 참석하는 등 여론전을 펼쳤다. 그는 정상회의 이튿날인 12일에는 31개국 정상들과 첫 나토·우크라이나 평의회에 참석했다.
나토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등 원조를 제공하는 ‘집단 방위 체제’를 운영한다.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은 확실한 ‘안보 보장’을 의미하지만, 나토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직접 전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러시아가 ‘나토의 동진’에 반발하며 이번 전쟁을 시작한 주된 명분이기도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 등 주요 회원국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나토 가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종전 후 가입’으로 물러선 바 있다.
기대했던 ‘가입 확답’은 받지 못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추가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받았다. 프랑스는 영국에 이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독일은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장치와 장갑차·전차 등 7억유로(1조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도 6465만달러(약 84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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