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담요를 덮어?” 승무원들 '군기 갈등' 터졌다

탑승을 앞둔 항공기 승무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간호사의 ‘태움’처럼 직업별로 여전히 존재하는 군기 문화가 직장 내 갈등의 주범으로 몰리는 가운데 승무원의 ‘시니어리티’ 문화도 비판에 직면했다. 시니어리티는 승무원의 수직적 선후배 문화를 상징한다. 연차가 높은 고참급 승무원을 시니어라 가리키는데 이들의 갑질을 후배들은 “시니어리티를 부린다”고 칭한다.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불이 다 꺼진 손님들 자는 시간, 승무원이 자리에 앉아 무릎에 담요 덮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라며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국적기 승무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최근 주니어 승무원이 승객들 휴게 시점에 스탠바이(승무원이 손님을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대기하는 것) 도중 기내가 추워 무릎에 담요를 덮었다”며 “이후 지나가던 사무장이 그 광경을 보고 해당 승무원을 쥐잡듯이 잡았고 승무원 간 이간질 해 결국 왕따를 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견디지 못한 주니어 승무원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작성자에 따르면 이 일로 항공사 내부에서도 연차에 따라 견해차가 뚜렷했다. 주니어 승무원 측은 “추워서 담요를 덮은 게 뭐가 그리 잘못이냐, 칭칭 두르고 잔 것도 아닌데 꼰대들 그만해라”라는 입장이다.

반면 시니어들은 “승객 가시권에서 담요라니. 이게 맞는 건가? 세상이 변했다. 이러다 춥다고 패딩까지 꺼내입겠다. 유니폼 입는 직업이 이러는 건 아니다”라고 맞섰다.

작성자가 해당 사안에 대한 승객의 의견을 묻자 네티즌들은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네티즌들은 “솔직히 승객 입장에서 아무 상관 없다”, “추우면 담요 덮을 수도 있지”, “너무 꼰대짓 아닌가”라며 이해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부가 “안전에 예민한 직종에선 ‘정신 차리라’는 차원에서 군기 잡는 것도 있다”고 다소 다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직장 내 군기 문화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들들 볶다 못해 영혼까지 태울 만큼 괴롭힌다’는 간호사의 ‘태움’도 대표적 사례다. 이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환자의 목숨이 달린 직업이니 실수하지 말고 긴장하라’는 차원이라고 두둔한다. 그러나 2021년 11월 태움을 견디다 못한 후배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태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부각됐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