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에 따라” 김여정 담화 다음날…‘예고대로’ 군사적 대응한 북한[북 ICBM 도발]

박광연 기자 2023. 7. 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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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차원서 사전 조율된 담화·도발 행동 이어갈 듯

북한이 12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승인된 군사적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상이 잇따라 발표한 미국 비난 담화에서 “위임에 따라”라는 이례적 표현을 쓴 것도 정권 차원에서 계획된 움직임이란 점을 보여준다.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김 부부장 담화 발표 다음날 이뤄졌다. 김 부부장이 지난 10~11일 연이어 미군 정찰기의 북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침범을 주장하며 예고한 대미 군사적 대응을 즉각 현실화한 셈이다. 사거리로 보면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미국 겨냥용이다.

이번 발사는 핵·미사일 개발 고도화를 위한 계획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달 김 위원장이 참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승인된 군사적 대응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원회의는 “적대 세력들의 무분별한 전쟁 도발 책동으로 하여 조선반도(한반도)의 안전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항상 압도적이고 공세적인 대응조치들을 지체 없이 강력히 결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과 대응 방식들을 일치가결로 승인”한 바 있다.

발사에 앞서 잇따라 발표된 담화들도 전원회의에서 논의된 “정치외교적 대응”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지난 10~11일 김 부부장의 두 차례 담화와 최 외무상 담화 모두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을 쓴 것이 대표적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밤 담화에서 미군의 대북 정찰활동을 겨냥해 “만약 또다시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경제수역을 침범할 시에는 분명하고도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위임에 따라 반복하여 경고한다”고 밝혔고, 이튿날(11일) 아침 담화에서도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 행동을 이미 예고하였다”고 경고했다.

최 외무상은 전날 밤 담화에서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집속탄 제공에 대해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이름으로 규탄하며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위임에 따랐다는 표현은 김 부부장과 최 외무상 개인 차원이 아니라 김 위원장을 위시한 북한 최고지도부와 노동당·국무위원회 등 정권 차원에서 사전 조율된 입장임을 시사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국가적 논의 체계를 거쳤다며 권위와 무게를 부여해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라며 “전원회의에서 사전 승인된 내용에 맞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공개된 북한 담화·입장에서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은 찾기 어렵다. 김 부부장이 지난 2월 ICBM 발사 다음날 “위임에 따라 끝으로 경고한다”며 한·미에 대한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압박한 담화 정도다. 당시에도 북한은 김 부부장 담화 발표 다음날 ‘600㎜ 초대형방사포’라고 주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대남 전술핵 위협을 과시했다.

북한이 계획된 방침에 따라 공세적 담화 발표와 도발적 군사행동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대대적으로 의미 부여한 7·27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긴장을 고조시켜 국제사회 관심을 유도하려 들 수 있다. 최근 평양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되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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