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한 달 만에 다시 5%대

최희진 기자 2023. 7. 1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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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끌어올리는 요인은
미 연준 추가 인상 시사 ‘자극’
유동성 확보 은행채 발행 늘어
채권금리 상승세 그대로 반영
“작년보단 저금리·집값 정체
늘어난 실수요자 이자 부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저 연 4.21%로,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7일 최저금리(3.91%)보다 높다. 주택담보대출 차주 대다수는 최저금리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을 받는데, 이자 부담이 한 달 새 0.3%포인트 뛴 것이다.

이날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최저 연 4.06%로, 이 역시 지난달 7일(3.88%)보다 올랐다. 변동금리, 고정금리 모두 연 3%대 상품이 사라졌다. 구체적으로 은행별 금리를 살펴보면 A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저 4.89%, 고정금리는 최저 4.70%로 모두 5%에 육박했다. B은행 변동금리는 최저 5.55%에 달했다.

은행 대출상품 금리는 은행채 5년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금리 등락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시장금리는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예금대량인출(뱅크런) 여파로 문을 닫은 뒤 내림세를 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기리라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3월1일 4.564%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SVB 사태 이후인 같은 달 20일 3.900%로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 지역은행의 불안이 진정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내 0.5%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시장금리는 다시 올랐다. 지난 3월 3.8%대에 진입했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1일 4.305%로 반등했다.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금융채를 공격적으로 발행한 것도 금리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분기 들어 은행채 발행이 늘었다”며 “당국에서 발행 한도를 월별 만기 도래분의 125%로 제한했는데, 거의 이 한도를 꽉 채우는 수준까지 은행들이 은행채를 찍어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발행액은 지난 1분기 32조800억원에서 2분기 58조7600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금리가 반등했는데도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전달 대비 감소세를 나타내다 4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연 5%대였던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금리가 내렸고, 집값도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 사이에 ‘금리가 낮진 않지만 나쁜 수준도 아니다’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갈아타기를 원하는 1주택자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례가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당분간 금리가 오른 뒤 횡보하고, 또 소폭 오른 후 횡보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부터 오는 9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가 52조2118억원에 달해 3분기에도 2분기와 비슷한 규모로 은행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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