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마음을 전합니다" 산 넘고 물 건너는 산골 집배원들
오늘(12일) 밀착카메라는 산골 집배원의 하루를 따라가봤습니다.
산 넘고 물 건너 우편물을 건네주는 모습을, 권민재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빨간 오토바이에 우편물이 쌓입니다.
[이윤식/옥천우체국 집배원 : 제일 늦게 배달하는 곳부터 천천히 순서대로 넣는 거예요. 그러니까 가는 길 순서대로.]
아침 8시, 우편물을 다 넣으면 산골 집배원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머릿속에 있는 지도를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립니다.
산골 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한지 올해로 벌써 23년째입니다.
[강영흥/충북 옥천군 국원리 : 고맙죠. 하여튼 우편 오는 거 다 여기까지 가지고 들어오세요. 보험도 오고 그냥 보통 편지도 오고. {편지는 누구한테 와요?} 손주한테, 강릉에…]
종종 받는 사람이 정확하게 적히지 않은 편지도 옵니다.
이럴 때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집배원 몫입니다.
[이윤식/옥천우체국 집배원 : 할아버지만 써놓고 그럼 다시 유치원으로 전화해서 혹시 어느 분 댁이냐고 (묻고) 어린아이들이 보낸 건데 그걸 반송시킬 순 없잖아요.]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마음은 더 바빠집니다.
[이윤식/옥천우체국 집배원 : (덮개를) 집게로 집어서…저는 젖을지언정 우편물은 젖으면 안 되잖아요.]
산을 넘었더니 이젠 물이 나옵니다.
다음 행선지는 막지리마을입니다.
오토바이로는 1시간 넘게 걸리지만, 배로 가면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윤식/옥천우체국 집배원 : 어디 가서 배 타고 배달한다고 그러면 아무도 안 믿어요. 왜 그러냐면 충북에서 무슨 배를 타고 배달을 하냐…]
선장님과 알고 지낸 세월도 벌써 20년입니다.
[손용화/막지 1호 선장 : {이 배 이름은 뭐예요?} 막지 1호요. 이렇게 오지까지 배달해주니까 고맙죠.]
산골 마을을 다니는 집배원들에겐 잊지 못할 기억이 많습니다.
[이기훈/옥천우체국 집배원 : 배달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갑자기 산에서 고라니가 막 튀어나오는 거예요.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이제 고라니가 자기가 더 놀라더라고요.]
마을주민들이 모두 논과 밭으로 나가는 농번기, 집배원을 반기는 건 집을 지키는 강아지입니다.
[이기훈/옥천우체국 집배원 : {8년 하셨으면 이제 안 짖을 때가 됐는데…} 그러니까요. 간식을 줬는데 줄 때뿐이더라고요. 못 알아보더라고요. 알았어.]
전설처럼 마을을 지킨 커다란 나무같이 오래도록 우편물을 전하는 것이 집배원의 꿈입니다.
[이기훈/옥천우체국 집배원 : 제가 봤을 때는 (나무가) 한 80년 넘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제가 이제 비도 막 피하고 이제 절경도 많이 보고.]
오늘도 집배원의 오토바이는 100km 넘게 달렸습니다.
많은 것이 빠르고 간편해진 세상이지만 이곳엔 누군가의 발걸음이 닿아야만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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