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더하는 사장님, 일 덜하는 알바생...웃는 사람 없는 ‘시급 1만원’
숙박·음식·건설업 일자리 타격
일하고 싶은 청년층도 ‘막막’
임금인상 수혜, 中企보다 대기업 커
서씨는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4시간짜리 아르바이트생이라도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여보려고 저녁에는 어머니가 번갈아 가며 가게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알바 쪼개기’에 나서면서 구직자들도 힘들어졌다. 대학생 박모씨는 “물가가 많이 올라 생활비도 따라 늘어 최소 하루에 아르바이트 2개는 해야 한다”며 “일을 더 하고 싶어도 시간대가 겹치거나 경쟁자가 몰려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 1만원대에 진입할 것이 유력해지며 자영업자·중소기업 시름이 더 깊어졌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최근 6년 새 48.7%(3150원)가 올랐다. 특히 주휴수당(주 15시간 이상 근무시 하루 유급 휴가 부여)을 포함한 최저임금은 1만1544원으로 이미 1만원을 넘긴 상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대 초반으로 최종 결정되면 주휴수당이 반영된 최저임금은 1만2000원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문제는 잇딴 인건비 부담에 중소 사업장들이 아예 고용을 줄이거나 초단기 아르바이트로 전환하는 등 일자리 타격이 더 심해질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다.
최근 최남석 전북대 교수가 쓴 논문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95% 올라 1만원으로 결정될 경우 최대 6만9000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5년간 연 평균 신규 일자리(31만4000개)의 최대 22.0%에 해당하는 몫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특히 숙박·음식서비스업과 건설업 일자리 감소 폭이 컸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시 숙박·음식서비스업은 1만2000~1만6000개, 건설업은 2만2000~2만6000개 일자리가 줄 것으로 분석됐다.
주휴수당 부담을 피해 단기 아르바이트만 양산되며 고용의 질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 전임 문재인 정부 집권기간인 2018년 12월 최저임금 산정범위에 법정 주휴시간을 넣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통과되자 2019년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주 15시간 미만 취업자(130만2000명)는 18.9% 급증했다.
최저임금 부담에 아예 사람 대신 무인기계를 쓰는 사업장도 급증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이마트24, CU, GS25 등 편의점 주요 4개사의 무인·하이브리드 점포 수는 2019년 208곳에서 올해 상반기 3530곳으로 17배 증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근로자와 고용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이 시급하다”며 “주휴수당 폐지 등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단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격차 완화를 목표로 내건 당초 최저임금제도 취지와 달리 빠른 인상 속도에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도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매일경제가 최근 5년간(2017~2021년) 10인 이상 기업체의 상용 종사자수를 분석한 결과 3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이 기간 5.6%(31만8627명) 늘어난 반면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직원은 11.5%(22만5172명)으로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성과급 등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직접 노동비용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3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이 기간 임금·성과급 등이 1인당 337만9900원에서 390만7200원으로 52만7300원 늘어난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 직원은 477만5400원에서 549만7800원으로 72만2400원이 더 크게 늘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근로자가 아닌 기득권화된 양대노총 관계자가 들어가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해지고 있다”며 “진영대결 성격이 강한 최저임금위원회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근로자위원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결정 구조를 개편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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