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 “토종 NO.1은 아직…3년은 꾸준해야죠"
작년 후반기 각성 이후 쾌투 행진
6월 위기마다 등판, 팀 6승 기여
동기 안우진의 당당한 경쟁자로
“최고 타이틀은 내년 이후 욕심”
올 시즌도 KBO리그 국내 최고의 투수는 안우진(24·키움)이다. 최근 세 경기 부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훌륭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 2.44로 국내 투수 중 1위, 리그 전체에서 4위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 시즌도 평균자책점 대결은 외국인 에이스들과 안우진이 경쟁하는 구도로 보인다.
살짝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 약간 양상이 달라진다. 아직 규정이닝(84이닝)을 채우지 못해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두산 곽빈(24·사진)의 기세가 무섭다. 65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중이다. NC 에릭 페디(1.73), 팀 동료 라울 알칸타라(2.03) 바로 다음이다. 12번밖에 선발 등판하지 못했지만 벌써 8승을 올려, 다승 부문에선 국내 1위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스탯티즈 기준)도 2.54로 투수 전체 10위까지 올라왔다.
두산이 연승을 달리기 전, 6월 위기의 순간마다 곽빈이 등장했다. ‘연패 스토퍼’로 활약하며 팀의 추락을 막았다. 5월 초 투구 중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해서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복귀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의 곽빈은 무적에 가깝다. 5월31일 NC전부터 곽빈이 선발 등판한 6차례 경기에서 두산은 모두 이겼다. 곽빈 개인도 복귀전 1경기만 제외하고 모두 선발승을 거뒀다. 곽빈은 최근 연승에 관해 “일단 운이 많이 좋았다. 포수 사인대로만 던지고 있다”면서도 “작년, 재작년의 경험들이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흔들림 없이 자기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올 시즌 곽빈의 투구에서 가장 달라진 건 커브 비율을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11.4%였던 커브 비율을 올해는 19%까지 올렸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커브 비중을 높이면서 성적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올해는 확실한 주무기로 던지고 있다. ‘양의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곽빈은 “같은 구종을 3개 이상은 잘 안 던지는데, (양)의지 선배는 좋다 싶으면 같은 공을 3~4개도 주문한다. 이렇게 던지는 방법도 있다는 걸 터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빈은 안우진과 동갑내기 프로 입단 동기다. 국내 최고 선발 타이틀 욕심이 나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평균자책점 기록은 아직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곽빈은 “성적이나 타이틀은 최소 3년은 잘하고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곽빈이 에이스로 각성한 건 지난해다. 후반기 맹활약을 바탕으로 WBC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그의 ‘3년 기준’을 적용하자면 내후년이 ‘약속의 해’다. 곽빈은 ‘내년까지 잘하면 정말 욕심을 내볼 수 있겠다’는 말에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년 시즌 끝나고 한번 보겠습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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