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는 웃고, 양현준은 울고…유럽행 성패 가른 ‘바이아웃 조항’
이적료 충족 땐 ‘자유의 몸’ 규정
해외 러브콜 오면 선수가 주도권
계약서 포함 여부에 선수들 희비
올여름 이적시장에선 유럽 진출을 타진하는 선수들이 바이아웃 조항의 유무로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유독 많다.
정해진 이적료만 충족되면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는 이 조항을 챙긴 선수가 손쉽게 자신의 꿈을 이룬 반면 그렇지 못한 선수는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진출에 힘을 보탰던 김지수(브렌트퍼드)는 바이아웃 조항으로 웃은 대표적인 사례다. 고교생 신분으로 프로 경험을 쌓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 전 소속팀인 성남FC와 재계약을 맺으면서 70만달러(약 9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확보해 큰 무리 없이 15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들은 선수가 더 나은 무대를 원한다면 김지수처럼 바이아웃 조항을 확보해야 이적의 결정권을 쥔다고 조언한다.
소속팀에선 갑작스러운 이적을 대비해야 하는 만큼 바이아웃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가 연봉에서 조금만 손해를 감수한다면 김지수처럼 손쉽게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할 이유가 없다.
이기형 성남 감독은 김지수의 이적이 발표되기 전 축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지수가 유럽 이적을 위해 바이아웃 조항을 내걸었을 때부터 이적은 각오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현준(강원)은 바이아웃 조항을 넣지 못해 땅을 쳤다. 양현준은 지난해 미국프로축구(MLS) 진출이 구단의 반대로 불발됐을 때 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다. 양현준은 연말 재계약 당시 바이아웃 조항을 확보하지 않았는데, 스코틀랜드 셀틱의 이적 제안이 강등권에 머무는 팀 성적과 맞물려 거절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히 강원 측이 셀틱 이적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이적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또 양현준이 구단과 각을 세우면서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11일 덴마크 미트윌란 이적이 공식 발표된 조규성도 바이아웃 조항을 확보했다면 더 나은 무대로 떠날 수 있었다. 조규성은 지난 8일 FC서울을 상대로 전북 현대 고별전을 치른 직후 “오늘이 지나고 휴대폰을 보면 (내가 떠나는 곳을) 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는데,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관심을 가졌던 다른 팀에서 오퍼가 나오길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조규성은 지난해 겨울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와 셀틱에서 이적 제안을 받았으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기한 경험도 있다.
바이아웃은 선수가 이적의 결정권을 쥐는 것을 넘어 이적료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젊은 선수가 매년 성장한다고 가정한다면 계약 맺을 당시 평가로 바이아웃 액수를 고정하기 때문이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임박한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2021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 입성한 이래 매년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헐값에 이적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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