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 세계 달팽이 경주 대회, 1등 기록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이 같은 목적을 갖고 진행되는 경주 대회가 있다. 바로 ‘달팽이 경주 대회’다. 영국에서 60여년전부터 이어져 오던 이 행사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열렸고, 33㎝ 거리를 7분 24초만에 통과한 달팽이가 우승을 차지했다.
영국 노퍽주 콩햄에서는 지난 8일 ‘2023 세계 달팽이 경주 대회’가 열렸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처음이다. 주최 측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대회는 1960년대 마을 자선 행사로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빠르게 달리는 게 아니라 느려도 완주하는 게 중요하다. 대회 주최 측은 “준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대회에는 매년 수십마리의 달팽이가 참여한다. 다만 달팽이 크기에 따라 대회 참가가 제한될 수 있다. 최대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의 달팽이만 참여 가능하고, 손바닥만 한 거대 달팽이는 참여할 수 없다. 경기의 공정성을 위해서다. 직접 키우는 애완 달팽이를 데려와도 되고, 주최 측으로부터 달팽이를 받아 참여해도 된다.
경기 방식은 간단하다. 축축한 천이 깔린 원형 탁자 한 가운데서부터 가장자리까지 가장 먼저 도달한 달팽이가 1위를 차지한다. 탁자 중앙부터 가장자리까지 거리는 13인치(약 33㎝)로, 각각 달팽이 껍데기에 번호표나 이름표를 붙인 뒤 출발한다. 주최 측은 달팽이가 마르지 않도록 천 위에 지속해서 물을 뿌린다.
올해는 7분 24초를 기록한 달팽이 ‘에비’가 1위를 차지했다. 에비의 주인은 4살 소녀로, 달팽이 경주 대회 역사상 최연소 트레이너라는 기록을 세웠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애비는 바로 옆 달팽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에비는 우승 상품으로 상춧잎으로 가득 채운 은색 컵을 받았다.
한편 경주 대회에서 최고 기록을 보유한 달팽이는 1995년 단 2분 22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아치다. 현재까지 그 어떤 달팽이도 이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2019년 달팽이 세미가 2분 38초로 기록에 근접했지만, 아치 성적을 넘지는 못했다.
세계 달팽이 경주 대회의 ‘달팽이 마스터’ 니콜라스 디킨슨은 지난 9일 미 공영방송 NPR에서 “대부분 달팽이는 완주하는 데 6분이 소요된다”며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각각의 달팽이 완주를 위해 격려하고 응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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