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평 고속도, 김건희 땅·백지화가 문제지 언론 겁박할 땐가

기자 2023. 7. 1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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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등 6개 언론사 기사를 지목하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언론사들이 ‘윤석열 정부를 악마화하기 위해 허위·날조, 가짜뉴스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국민적 의혹이 큰 사안을 보도하고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언론 역할을 부정하는 궤변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 의원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이 관계기관 협의하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날 경향신문의 <‘김건희 라인 논란’ 통째 덮은 원희룡> 기사 등을 근거 제시도 없이 다짜고짜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15년간 추진된 국책사업이 왜 윤석열 정부 들어 노선이 변경됐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누가 변경했는지, 변경된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 땅과 관련 있는지가 의혹의 본질이다. 국토부 해명에도 혼선이 커지는 국면인데, 뒤늦은 노선 변경과 최고 권력층 관련성을 취재하는 것은 언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주무부처 장관 한마디에 1조7000억원 규모의 대통령 공약 사업이 뒤집히는데, 언론이 정부·여당 입장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한단 말인가. 박 의원의 가짜뉴스 공격은 언론의 합당한 의혹 제기에 재갈을 물리려는 반민주적 행태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원 장관 발언에 편승해 ‘더불어민주당 게이트’라고 하더니 12일엔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띄우며 본질 흐리기에 나서고 있다.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종안 결정 과정, 정부와 양평군의 협의 내용 전모를 공개하라고 국토부에 요구하는 게 집권여당이 취할 자세 아닌가.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이 국가 의사결정시스템 위기임도 직시했어야 한다. 이 사태는 진상규명이 급선무다. 그런데도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똥볼 찬 것”이라며 사과만 요구하고 있다. 의혹을 대하는 여당 지도부의 위압적이고 무책임한 인식이 박 의원의 악의성 막말을 조장·방조한 셈이다.

쟁점 사안일수록 공론의 장을 넓히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아무 근거도 없이 비판 언론을 이념의 틀에 가두려는 것은 온당치 않고, 이번 사안의 폭발성과 여권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만 드러낼 뿐이다. 지금은 진상이 궁금하지 언론을 겁박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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