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전협정 70주년 앞 북 ICBM 발사, 우발적 충돌 없어야
북한이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했다. 고각 발사된 미사일은 약 6000㎞ 높이까지 올라간 뒤 약 1000㎞ 떨어진 동해상에 낙하했다. 고도와 거리, 비행 시간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쏜 미사일 중 가장 먼 거리를 비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했다. 나토 국가들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성토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비록 고각 발사하기는 했지만, 그 자체로도 주변국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또다시 고강도 도발적 군사행동 국면을 시작하려는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앞서 북한은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침범을 이유로 미군 정찰기를 격추하겠다고 경고했다. 타국 군용기의 EEZ 침범이 격추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이 향후 벌일 도발적 군사행동 명분으로 삼으려는 측면이 커 보인다. 북한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이런 행동들이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며, 북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앞둔 한반도엔 긴장이 고조될 구실들이 차고 넘친다. 북한군의 하계훈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한·미 정상의 워싱턴선언 합의에 따라 한·미 핵협의그룹(NSG)이 가동되고, 미군 전략핵잠수함이 40여년 만에 한국에 기항키로 했다. 그 와중에 남북 대화와 소통은 단절돼 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에서 남측을 “대한민국”으로 칭해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가져가려는 의도도 보여주고 있다. 남측 역시 통일부 역할과 성격을 재정립해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 분단이 길어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핵 전쟁 위험을 안고 있는 한반도에서 상호 적대성이 강화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우선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 군사행동에 철저히 대비하면서도 불필요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국전쟁 포성이 멈춘 지 70년이 흘렀지만 공식적으로 전쟁을 끝내지 못한 정전협정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정전협정은 한반도 충돌을 방지하는 중요한 안전판이지만, 지금 눈으로 확인하듯이 매우 불안정하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생각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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