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배낭 일부 뺏길 뻔” 푸틴이 반란 서둘러 수습한 진짜 이유?

김태원 기자 2023. 7. 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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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이 로스토프나노두의 군 본부를 장악했다. 타스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이 당시 러시아가 보유한 소규모 핵무기(핵배낭)를 탈취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바그너그룹의 핵무기 탈취 시도는 서방이 가장 경계해 온 사항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바그너 그룹이 반기를 세웠을 당시 당시 모스크바로 진군한 반란군 중 일부가 대열을 이탈해 인근 군기지 방면으로 향한 사실이 목격자 진술과 영상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수장과 복수 소식통은 바그너 그룹의 용병들이 핵배낭 입수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파죽지세로 돌진하던 바그너 용병들이 돌연 반란을 멈추고 회군한 것이나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포함한 바그너 용병들을 딱히 응징하지 못하는 등 이번 사태에서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이 주목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을 처벌하지 않고 반란 닷새 만인 지난달 29일 이들을 크렘린궁으로 불러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반란의 전모를 둘러싼 의구심도 증폭된 상황이었다. 이날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비롯해 바그너 사령관 35명을 크렘린궁으로 초대해 3시간 동안 면담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 안보 전문가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반란을 ‘배반’이라고 비판한 푸틴의 강경한 발언은 러시아군을 겨냥한 발언으로 이 반란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일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푸틴은 프리고진과 또 다른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실제로 로이터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로 진격할 당시 본대에서 10여대의 군용 차량들이 떨어져 나와 북동쪽으로 방향을 튼 사실이 인근 주민들의 소셜미디어(SNS) 영상물과 증언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열에서 이탈한 10여대의 군용 차량이 향한 곳은 러시아의 핵무기 저장고 중 하나로 알려진 ‘보로네즈-45’ 기지 방면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로네즈-45 기지와 100㎞ 남짓 떨어진 탈로바야 마을까지 바그너 부대가 진출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 마을 인근에서 바그너 용병들과 러시아군이 교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Ka-52 헬기가 격추돼 2명이 사망한 사실도 지역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됐다.

그래픽=연합뉴스

이 모습은 당시 지역 TV의 뉴스에서도 방송됐다. 로이터는 뉴스에 나온 장면을 분석해 이곳이 파블롭스크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날 새벽에는 분기점 인근 마을 옐리자베톱카에서 바그너 용병들과 러시아군이 충돌해 폭발음과 총격 소리가 들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인된다.

이날 오전 8시 24분에는 한 주민이 SNS에 "포탄이 날아다니고 헬기 소리와 자동소총 소리 등이 들린다"라고 썼다.

수시간 뒤 병력은 더 동쪽으로 이동해 보론촙스카야를 지나 공군 기지가 있는 부투를리놉카까지 진출했다.

그날 저녁에는 탈로바야 마을에서 병력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현지 주민은 "바그너 용병들에게 물과 음식을 줬다"고 전했다.

러시아 군도 저지선을 설치하고 대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탈로바야 마을은 보로네시-45 기지까지 불과 100㎞ 떨어져 있다.

탈로바야에선 한동안 조용하던 양측은 군 헬기가 (바그너) 군 대열에 공격을 퍼부으면서 교전에 들어갔고, 헬기가 반격에 격추됐다고 한다. 당시 보도를 보면 이 헬기는 바그너 용병과 교전 중 추락한 Ka-52 공격용 헬기로 추정된다.

바그너 용병들의 이후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 주민은 로이터에 용병들은 탈로바야에서 더 움직이지 않았고 다음 날 돌아갔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의 진술과 당시 SNS에 올라온 영상, 보도 등을 종합하면 바그너 용병 일부가 대열에서 이탈해 핵무기 저장기지로 알려진 보로네시-45 방면으로 행군해 100㎞ 앞까지 닿은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수장인 키릴로 부다노우 군사정보국장은 당시 바그너 분대가 탈로바야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보로네즈-45 기지까지 도달했고, 러시아의 소형 핵무기를 탈취하려 했으나 핵 시설의 출입문을 열지 못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옛소련 시대 소형 핵 장치를 탈취해 반란의 판돈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당시 바그너 용병들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와 수도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M-4 도로를 타고 모스크바 방면으로 북진하고 있었는데 파블롭스크시 인근 분기점에서 일부 군용 차량과 픽업트럭, 밴 등이 대열에서 이탈해 도로 오른쪽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과 가까운 한 소식통도 부다노우 국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언급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바그너 용병들은 '특별 관심 지역'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곳에는 핵무기가 저장돼 있었기에 미국이 동요했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잘 아는 다른 소식통은 "이 일이 크렘린을 우려하게 만들었고 24일 저녁 서둘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협상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7월 평양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북한의 핵배낭. 연합뉴스

부다노우 국장이 언급한 소형 핵 장치는 가방에 넣어 이동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인 이른바 ‘핵배낭’이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 모두 보유하고 있었으나 양국은 1990년대 초 핵 배낭을 모두 제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소련과 러시아는 약속대로 핵배낭을 없애지 않고 따로 숨겨놓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로이터에 전했다. 다만 보로네즈-45에 핵배낭이 보관돼 있다고 해도 바그너그룹이 핵 시설의 보안 장치를 뚫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학자연맹의 핵정보 프로젝트 선임연구원인 매트 코르다는 “비정부 인사들이 러시아의 핵 보안을 뚫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바그너그룹이 설사 핵배낭을 탈취했다고 해도 이를 조립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지금까지 핵배낭을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보장할 순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바그너 반란 사태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미국 당국은 바그너그룹의 이와 같은 핵배낭 탈취 시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애덤 호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어느 시점에서 핵무기나 관련 물질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크렘린궁이나 바그너그룹도 관련된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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