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뛰는’ 교통비, ‘기는’ 최저임금

오창민 기자 2023. 7. 12. 20: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의 요금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하는 ‘교통요금 조정 물가대책위원회’가 열린 12일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한때 6%를 넘기던 물가가 이제 2%대로 내려오면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소비자물가 동향도 1년 전보다 2.7% 올랐다. 2%대 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그러나 통계는 꼼꼼하게 잘 들여다봐야 한다. 2%대로 내려온 것은 ‘물가’가 아니라 ‘물가 상승률’이다. 상승률이 둔화됐을 뿐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가 있는 것이다. 올해와 비교 대상인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6.0%다. 여기에 올해 2.7% 더 올랐으니 2년 전에 비하면 9% 가까이 올랐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큰 차이 없이 들어가는 식비나 생필품은 더욱 많이 올랐다. 라면이 1년 새 13.4% 올랐고, 외식 비용은 6.3%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1년 전보다 25.9% 상승했다. 휴가철을 앞두고 콘도 이용료는 13.4%, 놀이시설 이용료는 6.8% 급등했다. 여행·휴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휴포자’(휴가포기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달부터 서울 시내버스 요금도 300원 오른다. 1200원에서 1500원이 되는 것이니 25% 인상이다. 버스 타고 나갔다가 버스 타고 돌아온다면 하루에 최소 600원, 4인 가구라면 지금보다 매달 6만~8만원이 추가로 든다. 지하철 요금도 10월부터 150원 오르고 내년에 150원이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700원 인상된다. 부산 등 다른 지자체의 교통 요금도 운송 원가 상승과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300~40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올라도 임금이 그만큼 오르면 삶의 질이 후퇴하지는 않는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최저임금위원회 1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위원들은 1만114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15.8% 많은 금액이다. 사용자위원들은 9740원(1.2% 증가)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은 이 사이에서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익위원들의 중재로 이르면 13일 결정된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기업과 재계 편만 들어온 윤석열 정부가 뛰는 물가는 방치한 채 최저임금만 잡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