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뛰는’ 교통비, ‘기는’ 최저임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한때 6%를 넘기던 물가가 이제 2%대로 내려오면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소비자물가 동향도 1년 전보다 2.7% 올랐다. 2%대 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그러나 통계는 꼼꼼하게 잘 들여다봐야 한다. 2%대로 내려온 것은 ‘물가’가 아니라 ‘물가 상승률’이다. 상승률이 둔화됐을 뿐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가 있는 것이다. 올해와 비교 대상인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6.0%다. 여기에 올해 2.7% 더 올랐으니 2년 전에 비하면 9% 가까이 올랐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큰 차이 없이 들어가는 식비나 생필품은 더욱 많이 올랐다. 라면이 1년 새 13.4% 올랐고, 외식 비용은 6.3%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1년 전보다 25.9% 상승했다. 휴가철을 앞두고 콘도 이용료는 13.4%, 놀이시설 이용료는 6.8% 급등했다. 여행·휴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휴포자’(휴가포기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달부터 서울 시내버스 요금도 300원 오른다. 1200원에서 1500원이 되는 것이니 25% 인상이다. 버스 타고 나갔다가 버스 타고 돌아온다면 하루에 최소 600원, 4인 가구라면 지금보다 매달 6만~8만원이 추가로 든다. 지하철 요금도 10월부터 150원 오르고 내년에 150원이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700원 인상된다. 부산 등 다른 지자체의 교통 요금도 운송 원가 상승과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300~40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올라도 임금이 그만큼 오르면 삶의 질이 후퇴하지는 않는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최저임금위원회 1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위원들은 1만114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15.8% 많은 금액이다. 사용자위원들은 9740원(1.2% 증가)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은 이 사이에서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익위원들의 중재로 이르면 13일 결정된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기업과 재계 편만 들어온 윤석열 정부가 뛰는 물가는 방치한 채 최저임금만 잡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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