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내 첫 그린수소 버스 운행… ‘에너지 대전환’ 부푼 꿈 [지방기획]
이산화탄소 ‘제로’ 하반기 상용화 눈앞
함덕∼연동 한라수목원 구간 노선 투입
구좌읍에 국내 최초 3.3㎿급 생산기지
99.99% 고순도 수소 하루 1000㎏ 공급
버스·승용차용 충전소까지 채비 마쳐
2026년까지 아시아 최대 생산시설 목표
“청소차·선박 등 활용처 확대에도 앞장”
제주에서 전국 처음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버스가 도로를 달린다. 그린수소는 제주에서 직접 생산한다. 그린수소는 햇빛과 바람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수전해) 얻은 수소를 말한다. 화석연료 추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그레이수소와 달리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궁극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게 그린수소다. 그린수소 버스가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이유다.
◆탄소 배출 않는 순도 99.99% 하루 1t 생산
12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CFI(카본프리아일랜드) 에너지미래관에 조성된 3.3㎿급 그린수소 생산·저장시설. 국내 첫 ㎿급이다. 전체 사업비 222억원(국비 135억원, 도비 14억5000만원, 민간 72억6000만원)을 들여 2024년 4월까지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활용한 수소와 배터리 저장시스템 기술개발과 실증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시운전 중인 이 시설은 2020년 2월 수소법 제정 후 처음으로 구축된 그린수소 상용화 기반시설로, 이는 순도 99.99% 이상인 고순도 수소를 하루에 최대 1000㎏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CFI에너지미래관 부지 4878㎡에 조성된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3.3㎿급 수전해(물의 전기분해) 시스템을 갖췄다.
그는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완성검사를 받으면서 사실상 준공이 이뤄졌다”며 “현재 수소순도 품질 검사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품질 검사에서 수소 순도 99.99% 달성하면 조천읍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로 공급한다.
◆국내 1호 충전소 완공…아시아 최대 규모 추진
행원리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는 버퍼탱크에서 고압화한 뒤 대당 최대 340㎏을 담을 수 있는 튜브트레일러(수소 이동용 차량)를 이용해 지난달 완공된 조천읍 함덕리 국내 1호 그린수소 충전소로 운송한다.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는 버스와 승용차를 충전할 특수 충전소로 시간당 수소버스(25㎏ 기준) 4대, 수소승용차(5㎏ 기준) 2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제주도는 최근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하기 위해 수소버스 9대를 들여왔다. 이 버스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제주시 함덕~연동 한라수목원 구간 노선에 투입된다.
제주도는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해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기에 적합하다. 실제 제주도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18년 13.01%에서 2020년 17.25%, 2021년 18.31%, 지난해 19.13%로 늘었다. 이는 2021년 기준 전국 평균 7.5%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실증부지 기본요건으로 최소 1만㎡ 이상, 부지까지 진입로 왕복 2차선 이상, 30㎿급 실증 전력 공급원·설비 확보, 수전해 시스템과 시설 운영 용수 공급 계획 등이 제시됐다. 제주도는 산자부 공고내용에 제시된 기본요건에 적합한 실증 부지를 도내 각 마을을 대상으로 우선 자체 공모해 선정할 방침이다.
고윤성 제주도 혁신산업국 미래성장과장은 “그린수소 충전소를 수소가 필요한 도내 곳곳에 거점형으로 늘려 나갈 것”이라며 “버스에 이어 청소차, 트럭, 선박 등 그린수소 활용처를 확대해 나가는 데에도 전국에서 가장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1차·관광산업 중심 구조 탈피… 에너지 산업 혁명적 변화 선도”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점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연관된 신산업을 육성해 에너지 대전환을 선두에서 이끌겠습니다.”
오 지사는 “전국 최초로 그린수소 활용기반을 마련했다. 제주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버스가 곧 상용화한다”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제주가 에너지산업의 혁명적 변화의 중심에 서서 ‘대한민국 분산 에너지 특구 1호’를 선점해 에너지 생태계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도 생산 방식에 따라 탄소가 발생하지만,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다”며 “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필요한 미래형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는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으로 수소경제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린수소 글로벌 경제포럼’을 10월 제주에서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오 지사는 “덴마크는 신재생에너지 ‘퍼스트무버’인데, 주한 덴마크대사관이 그린수소, 풍력 등 제주·덴마크 간 협력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참여하는 수소동맹체 ‘한국H2 비즈니스 서밋’엔 회원사인 SK와 두산의 자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는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더불어 기업의 관심과 의지는 제주의 에너지 대전환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제주 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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