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내 첫 그린수소 버스 운행… ‘에너지 대전환’ 부푼 꿈 [지방기획]

임성준 2023. 7. 12. 20: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그린수소 허브 첫발
이산화탄소 ‘제로’ 하반기 상용화 눈앞
함덕∼연동 한라수목원 구간 노선 투입
구좌읍에 국내 최초 3.3㎿급 생산기지
99.99% 고순도 수소 하루 1000㎏ 공급
버스·승용차용 충전소까지 채비 마쳐
2026년까지 아시아 최대 생산시설 목표
“청소차·선박 등 활용처 확대에도 앞장”

제주에서 전국 처음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버스가 도로를 달린다. 그린수소는 제주에서 직접 생산한다. 그린수소는 햇빛과 바람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수전해) 얻은 수소를 말한다. 화석연료 추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그레이수소와 달리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궁극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게 그린수소다. 그린수소 버스가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이유다.

국내 그린수소 생산 1번지는 제주다. 지난해 9월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아일랜드’를 선언한 제주도는 전국 최고 수준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원과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공 주도의 풍력 개발을 추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수소로의 에너지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 글로벌 그린수소 허브 구축과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그린수소 충전소와 버스다.
그린수소 버스가 하반기에 제주시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와 제주시 연동 한라수목원을 잇는 구간에 투입된다.
제주도는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그린수소를 생산해 하반기에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그린수소 생산·저장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 배출 않는 순도 99.99% 하루 1t 생산

12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CFI(카본프리아일랜드) 에너지미래관에 조성된 3.3㎿급 그린수소 생산·저장시설. 국내 첫 ㎿급이다. 전체 사업비 222억원(국비 135억원, 도비 14억5000만원, 민간 72억6000만원)을 들여 2024년 4월까지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활용한 수소와 배터리 저장시스템 기술개발과 실증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시운전 중인 이 시설은 2020년 2월 수소법 제정 후 처음으로 구축된 그린수소 상용화 기반시설로, 이는 순도 99.99% 이상인 고순도 수소를 하루에 최대 1000㎏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CFI에너지미래관 부지 4878㎡에 조성된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3.3㎿급 수전해(물의 전기분해) 시스템을 갖췄다.

수전해 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그린수소는 7바(bar)에서 200바 압력으로 압축된 뒤 방호벽 너머 출하장에 있는 튜브트레일러 차량으로 옮겨진다. 튜브트레일러 차량은 대당 최대 340㎏의 그린수소를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되면 차량들은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있는 그린수소 충전소로 향하게 된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국내 1호 그린수소 충전소. 이곳은 한 시간에 수소 버스 4대, 수소 승용차 2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로 구축됐다.
주관기관인 제주에너지공사 강병찬 지역에너지연구센터장은 “주변에 어류 양식장 등 민간시설이 있기 때문에 시공도 무진동 기법을 이용했고, 안전시설을 특히 강화했다”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오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압축기를 선정한 데다 30㎝ 두께의 방호벽은 기존 3m에서 4m로 1m 더 높게 짓는 동시에 비법정 구간에도 추가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완성검사를 받으면서 사실상 준공이 이뤄졌다”며 “현재 수소순도 품질 검사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품질 검사에서 수소 순도 99.99% 달성하면 조천읍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로 공급한다.

◆국내 1호 충전소 완공…아시아 최대 규모 추진

행원리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는 버퍼탱크에서 고압화한 뒤 대당 최대 340㎏을 담을 수 있는 튜브트레일러(수소 이동용 차량)를 이용해 지난달 완공된 조천읍 함덕리 국내 1호 그린수소 충전소로 운송한다.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는 버스와 승용차를 충전할 특수 충전소로 시간당 수소버스(25㎏ 기준) 4대, 수소승용차(5㎏ 기준) 2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제주도는 최근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하기 위해 수소버스 9대를 들여왔다. 이 버스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제주시 함덕~연동 한라수목원 구간 노선에 투입된다.

제주도는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해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기에 적합하다. 실제 제주도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18년 13.01%에서 2020년 17.25%, 2021년 18.31%, 지난해 19.13%로 늘었다. 이는 2021년 기준 전국 평균 7.5%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제주도는 3.3㎿ 그린수소 생산시설에 이어 2026년까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구축을 목표로 12.5㎿급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총 620억원(국비 296억원, 민간 324억원)을 들여 수전해 시스템 4종에 대한 수소 생산 실증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176t(가동률 60% 기준)의 수소 생산을 구상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 활용처로 수소 버스 300대, 수소 청소차 200대를 보급하기로 했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CFI에너지미래관에 조성된 전국 첫 3.3㎿ 그린수소 생산시설.
제주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기지 조성사업 공모에도 참여한다. 이 실증사업은 다음 달 20일까지 공모를 통해 통합 실증부지 지자체를 선정하고 예비타당성 심의 후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총 6년간 진행된다. 사업 내용은 10㎿ 알카라인 수전해 기술개발, 5㎿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기술개발, 30㎿ 그린수소 생산기술 실증 연구다. 총사업비는 2600억원 이내다.

실증부지 기본요건으로 최소 1만㎡ 이상, 부지까지 진입로 왕복 2차선 이상, 30㎿급 실증 전력 공급원·설비 확보, 수전해 시스템과 시설 운영 용수 공급 계획 등이 제시됐다. 제주도는 산자부 공고내용에 제시된 기본요건에 적합한 실증 부지를 도내 각 마을을 대상으로 우선 자체 공모해 선정할 방침이다.

고윤성 제주도 혁신산업국 미래성장과장은 “그린수소 충전소를 수소가 필요한 도내 곳곳에 거점형으로 늘려 나갈 것”이라며 “버스에 이어 청소차, 트럭, 선박 등 그린수소 활용처를 확대해 나가는 데에도 전국에서 가장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1차·관광산업 중심 구조 탈피… 에너지 산업 혁명적 변화 선도”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점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연관된 신산업을 육성해 에너지 대전환을 선두에서 이끌겠습니다.”

오영훈(사진) 제주도지사는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SF영화 속 주인공처럼 공항에서 하늘을 나는 ‘드론택시’를 타고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관람한 뒤 그린수소 버스를 타고 시내 숙소로 이동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이런 상상이 생생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보급, 수소 도시 조성 등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에 집중하겠다”며 “1차 산업과 관광산업에 치우친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미래 모빌리티·우주·에너지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관련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 지사는 “전국 최초로 그린수소 활용기반을 마련했다. 제주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버스가 곧 상용화한다”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제주가 에너지산업의 혁명적 변화의 중심에 서서 ‘대한민국 분산 에너지 특구 1호’를 선점해 에너지 생태계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도 생산 방식에 따라 탄소가 발생하지만,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다”며 “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필요한 미래형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는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으로 수소경제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린수소 글로벌 경제포럼’을 10월 제주에서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오 지사는 “덴마크는 신재생에너지 ‘퍼스트무버’인데, 주한 덴마크대사관이 그린수소, 풍력 등 제주·덴마크 간 협력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참여하는 수소동맹체 ‘한국H2 비즈니스 서밋’엔 회원사인 SK와 두산의 자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는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더불어 기업의 관심과 의지는 제주의 에너지 대전환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제주 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