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년 선고”…‘세모녀 전세사기’ 주범, 비명과 함께 실신

백준무 2023. 7. 12. 20: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피고인을 징역 10년에 처한다." 선고가 끝나자 피고인석에서 한 50대 여성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수도권 일대에서 이른바 '갭투자'로 18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빼돌린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 김모(58)씨였다.

김씨는 2017년부터 30대 두 딸의 명의로 서울 강서구, 관악구 등 수도권 빌라 500여채를 전세를 끼고 사들인 뒤 세입자 85명에게 183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을 징역 10년에 처한다.” 선고가 끝나자 피고인석에서 한 50대 여성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수도권 일대에서 이른바 ‘갭투자’로 18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빼돌린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 김모(58)씨였다. 김씨가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실신하자, 법정 경위가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고 방청객을 모두 법정 밖으로 내보낸 뒤에야 정신을 차린 김씨는 휠체어를 타고 퇴정했다.

김씨는 2017년부터 30대 두 딸의 명의로 서울 강서구, 관악구 등 수도권 빌라 500여채를 전세를 끼고 사들인 뒤 세입자 85명에게 183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공모해 일단 임차인을 모집하고 분양대금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긴 뒤 건축주에게 분양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은 채 투자를 이어나간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들 모녀는 보유 주택을 빠르게 늘렸다. 김씨의 두 딸이 2017년 처음 임대사업자로 등록했을 당시에는 이들의 보유 주택이 12채에 불과했는데, 2019년에는 500채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와 분양대행업자가 챙긴 리베이트는 1건당 최대 5100여만원으로, 총 11억85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 만료 기간이 된 일부 세입자에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집을 사라”고 제안해 소유권을 떠넘기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12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며 “피고인은 이 구조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이어 “전세 사기는 서민층과 사회초년생 등 피해자 삶의 밑천을 대상으로 그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행이라 죄질이 좋지 않다”며 “기망행위가 없었다거나 피해 금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회복 노력을 하지 않은 데다, 일부 피해자가 보증금 대위변제를 받아 퇴거하자 그 빌라에 단기 월세 임차인을 들이는 등 경제적 이익 추구만 몰두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았다는 사실도 선고 근거가 됐다. 다만 일부 피해자가 경매에서 피해 금액 일부를 반환받은 점, 초범인 점은 참작됐다.

피해자 측 공형진 변호사는 “전문적인 갭투자 사기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일벌백계의 취지에서 판시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피해자 재산 회복에 대한 입법권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형량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김씨를 우선 구속기소한 뒤 같은 해 7월 두 딸 등과 함께 별건으로 추가 기소했다. 해당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26단독에서 심리 중이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