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어디에, 어떻게 썼나?
[KBS 춘천] [앵커]
KBS는 18개 시·군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를 보도해 드리고 있는데요,
취재기자로부터 더 자세한 내용 들어봅니다.
임서영 기자, 이번 업무추진비 취재, 어떻게 진행하게 됐습니까?
[기자]
임기 1년 동안 시군 의회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점검 차원에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한 기관이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는 집행한 돈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요,
취재진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18개 시군의회의 업무추진비 내역 5천여 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는 용처는 크게 9가진데요.
불우이웃 격려, 각종 회의, 소속 직원 격려에도 쓸 수 있습니다.
단, 의정활동이나 현안 업무와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분석해보니 9달 동안 시군의회가 쓴 돈은 15억 원이었습니다.
가장 돈을 많이 쓴 건 밥값이었습니다.
64%인 9억 원 이상이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사용됐습니다.
또, 17% 정도는 명함이나 명패 등 물품구입에 쓰였습니다.
반면, 의원 교육비는 전체의 2% 정도로 아주 적었고요.
불우이웃 등에 대한 성금도 5% 수준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게 의정 업무랑 무슨 상관이지?' 이런 의문이 드는 사례들이 많았다고요?
[기자]
네, 정말 사례가 다양해서 유형화하기도 힘들 정도엿습니다.
그런데 의회는 답은 하나같았습니다.
'의정활동과 관계가 있으니 법적으로 문제 없다' 이겁니다.
앞선 보도에서 보셨듯 9개 의회는 의원들끼리 고가의 옷을 맞춰 입는데 2,300만 원 넘게 쓰기도 했고요.
원주시의회는 개원식, 송년회를 대형 웨딩홀과 호텔에서 하면서 1,000만 원씩 쓰기도 했습니다.
수백만 원 밥값을 쓴 장소가 의원 가족의 식당이기도 했고요.
공식 행사가 없어도 의원과 직원 전체가 '복날 격려' 등 다양한 명목으로 식사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보도에 못 담은 사례도 많았는데요.
태백시의회는 올해 2월 전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행선지가 음식점이었습니다.
전북 완주 행정연수원에서 연수중인 사무관 승진자 격려를 위해 간 건데, 의원 등 11명이 방문해 밥만 먹고 돌아왔습니다.
또, 철원군의회는 올해 1월 한 방송사 사우회와 홍보 간담회를 이유로 100만 원을 음식점에서 결제했습니다.
행안부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에는 단순 견학의 경우에는 업무추진비를 못 쓰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적정하냐 물었더니 철원군의회는 퇴직자 모임인 사우회도 군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고금리, 고물가로 서민들 살기는 정말 팍팍한데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면서 이렇게 방만하게 써도 되는 겁니까?
[기자]
의정활동에 비용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지방자치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세금을 쓰는 만큼 엄격한 기준을 갖고 써야 한다는 겁니다.
시민단체의 의견 한 번 들어보시죠.
[채연하/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 "시민들이 보고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내용들을 같이 공개를 해야 의회가 계속 이런 주제와 이런 이슈들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활동을 하고 있구나. 의회가 시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일하고 있구나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본인들이 계속 찾아야 돼요."]
취재 과정에서 일부 의회는 개선해 나가겠다는 곳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의회의 권한과 위상이 높아졌죠.
그만큼 책임성도 높아져야 할 겁니다.
이번 보도가 그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네, 취재에 수고하셨습니다.
임서영 기자 (mercy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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