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우는 아기 떡 하나 더 주기
"당장에 돈이 너무 없다. 한푼이라도 벌어야 된다."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40대 여성 찬실이는 가사도우미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인생 최대의 위기를 덤덤하고 씩씩하게 헤쳐 나갑니다.
3~40대를 장년이라고 부르죠. 굳셀 장(壯), 해 년(年). 기상과 체력이 굳세, 어디를 가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장년이 서럽습니다.
40대 자영업자 가장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청년들한테는 어렵다며, 입금을 하면 정부가 돈을 더 얹어주는 적금도 만들어 주고, 또 디딤돌·버팀목 대출같이 금리가 낮은 대출도 만들어 주고, 집까지 마련할 수 있게 해주면서.
그런 혜택 없이 버티며 살아왔고, 정작 출산과 양육, 부모 봉양. 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 본인들에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힘든 상황에서도 연간 은행 대출 이자만 400만 원 넘게 내고 있는데, 빚을 잘 갚는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더 혜택이 집중되고 있으니, 이게 무슨 조화냐고 반문합니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엔 연체 위기자를 위한 약정이율 인하, 10년 이내 분할 상환 기간 연장, 원금 납입 유예 등 혜택이 포함됐죠.
또, 최근 한 은행은 연체 이자를 내면 원금을 줄여주는 상생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했다가, 역차별이라는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성실하게 빚 잘 갚는 차주들이 봉이냐 이겁니다.
아이 둘에게 앞에 있는 과자를 먹지 않고 참으면, 과자 열 개를 준다고 했습니다. 한 아이는 참지 못 해 먹어 버렸고, 다른 아이는 입에서 침이 흐르는 것을 참아가며, 다리를 꼬집어 가며 버텼죠.
그런데 힘들게 버틴 아이에게 과자 열 개를 주고는 나머지 참지 못한 아이에게 안됐다며 과자 다섯 개를 주는 게 과연 맞을까요.
힘들게 버텼던 아이는 앞으로 참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 않을까요.
안 됐다고 깎아주고 탕감해 주는 식이라면, 과연 누가 열심히 빚을 갚으려 들겠습니까. 어려운 사람도 도와야겠지만 '빚 잘 갚으면 호구 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갈등을 부추기는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빚 잘 갚는 국민도, 분명 우리 국민이니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우는 아기 떡 하나 더 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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