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실업급여 개편’, 저임금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민의힘과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명분으로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 혹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일해야 하는 요건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정이 제시한 통계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당정 구상대로 실업급여 개편 시 저임금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민당정 공청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노동자 세후소득보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받는 하한액(최저임금 80%)이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공청회 모두발언에서 “일하면서 얻는 소득보다 실업급여액이 높다는 것은 성실히 일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보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날 국민의힘이 제시한 ‘역전현상 비율 28%’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20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는 역전이 발생하지만 주 20시간 이상 일하면 역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 20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에 역전현상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결근으로 유급주휴수당을 받지 못해도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 노동시장의 결근율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큰 변수는 되지 않는다.
역전현상 비율이 문제가 안 되더라도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인 것이 적당한가’라는 쟁점은 남는다. 당정은 최저임금의 80%가 높아서 실업급여에 의존하거나 일을 안 하게 된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하한액 적용자가 반복 수급 가능성이 오히려 낮다는 분석도 있다. 반복 수급에는 지급수준이 아니라 지급기간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한액이 높아 수급기간이 길어진다거나 구인난이 발생한다는 건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당정이 계획한 대로 실업급여 제도를 손질하면 저임금 노동자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금보다 급여액이 수조원가량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한액 폐지 시 주 40시간 노동을 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는 실업급여 수급액이 월 60만원가량 하락한다. 소득보장이 안 되면 일자리를 빨리 구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진다. 빠른 재취업을 하려면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기에 실업과 취업을 반복한다. 실업급여의 목적이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것’에서 ‘어떤 일자리라도 빨리 찾도록 하는 쪽’으로 바뀌는 셈이다.
아울러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노동 기간’의 기준을 더 늘리면 단기 계약직 등 불안정 노동자가 지금보다 더 쉽게 수급 자격을 잃을 수 있다.
실업급여 하한액,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기여기간 등은 법 개정 사항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은 당정의 실업급여 제도개편에 반대하고 있어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법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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