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실업급여 개편’, 저임금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지환 기자 2023. 7. 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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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명분으로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 혹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일해야 하는 요건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정이 제시한 통계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당정 구상대로 실업급여 개편 시 저임금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민당정 공청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노동자 세후소득보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받는 하한액(최저임금 80%)이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공청회 모두발언에서 “일하면서 얻는 소득보다 실업급여액이 높다는 것은 성실히 일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보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날 국민의힘이 제시한 ‘역전현상 비율 28%’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20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는 역전이 발생하지만 주 20시간 이상 일하면 역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 20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에 역전현상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결근으로 유급주휴수당을 받지 못해도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 노동시장의 결근율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큰 변수는 되지 않는다.

역전현상 비율이 문제가 안 되더라도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인 것이 적당한가’라는 쟁점은 남는다. 당정은 최저임금의 80%가 높아서 실업급여에 의존하거나 일을 안 하게 된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하한액 적용자가 반복 수급 가능성이 오히려 낮다는 분석도 있다. 반복 수급에는 지급수준이 아니라 지급기간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한액이 높아 수급기간이 길어진다거나 구인난이 발생한다는 건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당정이 계획한 대로 실업급여 제도를 손질하면 저임금 노동자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금보다 급여액이 수조원가량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한액 폐지 시 주 40시간 노동을 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는 실업급여 수급액이 월 60만원가량 하락한다. 소득보장이 안 되면 일자리를 빨리 구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진다. 빠른 재취업을 하려면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기에 실업과 취업을 반복한다. 실업급여의 목적이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것’에서 ‘어떤 일자리라도 빨리 찾도록 하는 쪽’으로 바뀌는 셈이다.

아울러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노동 기간’의 기준을 더 늘리면 단기 계약직 등 불안정 노동자가 지금보다 더 쉽게 수급 자격을 잃을 수 있다.

실업급여 하한액,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기여기간 등은 법 개정 사항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은 당정의 실업급여 제도개편에 반대하고 있어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법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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