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별세
프랑스 망명한 체코 출신 작가
농담·불멸·향수 등이 대표작
"금세기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작가."
시인 루이 아라공의 찬사처럼 20세기 최고의 소설가로 꼽혀왔던 거장이 세상을 떠났다. 12일(현지시간) 체코 공영방송은 이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이자 '영원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혀왔던 밀란 쿤데라(사진)가 별세했다고 전했다. 향년 94세.
쿤데라는 공산 체제였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교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소설 '농담'과 희곡 '열쇠의 주인들'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1968년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던 쿤데라는 저서를 압수당하고 집필과 강연 활동에 제한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쿤데라는 결국 1975년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고 1979년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박탈당했다가 2019년에서야 국적을 회복했다. 대표작으로는 '농담' '불멸' '향수'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민음사가 15권을 망라한 전집을 출간했다.
1984년에는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썼다. 이 작품으로 명실공히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어떤 사랑 이야기, 특별한 동시에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우연히 서로 만나 평생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이어가다가 교통사고로 함께 죽는다. 소설 속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불멸의 문장으로 남았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1988년 민음사 문학 계간지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최초로 소개된 이 소설은 출간 직후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당시 독문학자 송동준 교수가 독일어 판본을 우연히 읽고 직접 번역해 소개한 것이 계기였고 같은 해 11월 양장 단행본이 출간됐다. 1999년에는 불문학자 이재룡 교수가 원저자의 요청에 따라 프랑스어 판본을 재번역해 출간했다.
쿤데라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특별했다. 이 대표작은 국내 판매량 총 100만부를 달성했다. 책의 인기로 한동안 한국에서는 '참을 수 없는…' 시리즈가 제목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당시 한국일보에서 문학을 담당한 김훈 기자는 소설을 읽은 후 여주인공 테레사를 두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가 있느냐?"며 감동하기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불멸의 연애 소설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에는 1960년대 체코와 1970년대 유럽을 뒤흔들어 놓은 시련이 깔려 있다. 쿤데라의 작품 한복판에는 조국 체코에서 벌어진 비극과 개인적 박해의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쿤데라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서 프랑스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연맹 상, 체코 작가출판사 상, 커먼웰스 상, LA타임스 소설 상, 두카 재단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으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로 추천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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