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 폐기물 처리시설 결국 용도변경 취소

소매점 허가 받고 딴 시설 차려…북구, 심의 과정 안 거치고 용인

- 민원 빗발에 부랴부랴 바로잡아

부산 북구가 최근 소매점으로 허가를 받은 사업주가 건설폐기물재활용 시설로 용도를 바꿔 논란(국제신문 지난 7일 자 8면 보도)이 된 부지의 용도변경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용도변경을 위한 도시계획 심의 절차를 건너뛰고 허가를 내 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부산 북구 제1만덕터널 인근 건설폐기물재활용 시설 전경. 박수빈 기자

북구는 만덕1터널 인근 건설폐기물재활용 시설 부지의 용도변경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북구에 따르면 용도변경은 도시계획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경우 심의를 거쳐야 했지만 생략하고 바로 사업주의 용도변경 신청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사업예정지 인근 주민 400여 명이 “요양병원 등이 밀집한 지역에 건설폐기물처리장을 짓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민원을 북구에 제출했다.

북구는 지난해 1월 이 부지에 제1종 근린생활시설 건축을 허가했는데, 지난 5월 용도를 건설폐기물재활용 시설로 바꿔 달라는 사업주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북구는 애초 ‘용도변경은 관계 법령에만 적합하면 허가해야 한다’고 했다가, 취재가 진행되자 “용도변경 허가 전 도시계획 심의를 받았어야 했고,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용도변경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1종 근린생활시설의 용도를 건설폐기물재활용시설로 변경할 경우에는 도시계획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시 조례에 따라 제1종 근린생활시설은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부지 용도를 바꿀 때는 생략된 도시계획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북구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북구 관계자는 “법 조항을 잘 몰라서 일부 허술한 점이 있었다. 민원 접수 이후 절차상 문제를 전면 재검토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숙 행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만덕1동 사기마을발전사업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구청은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했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대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