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만능의 시대에서 역사를 찾다… 역사 문해력 수업 外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등 역사가 ‘정쟁’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21세기가 됐지만, 여전히 역사는 우리를 한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게 해주다가도 불화의 씨앗으로 작용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E.H 카가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 이유일까. 이 때문에 실용 만능의 시대에서도 역사책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역사란 무엇인지, 나아가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책 두 권을 모아봤다.
■ 역사 문해력 수업 (푸른역사 刊)
과거의 모든 사실들이 역사로 기록되지는 않는다. 무궁무진한 소재들이 역사가로 하여금 선택되고 가공돼 역사로 서술된다. 고려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 이호근은 과거의 소재들이 역사가들에 의해 어떻게 채굴되고 가공되는지, 역사가들이 어떤 자세와 도구로 이 소재들을 탈바꿈하는지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역사를 읽고 쓰는 법, 즉 ‘역사 문해력’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히 저자는 역사적 진실을 사실과 달리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 주목받지 못한 사실이 나중에 관심을 끄는 경우가 있고, 사실처럼 받아들였던 내용이 알고 보니 과장이나 조작으로 밝혀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역사가들의 해석이 담겨 있는 사례를 설명하고 풀어낸다. 책은 무엇보다 딱딱한 논문이나 학술서가 아니라서 쉽게 읽히지만, 깊이가 있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배우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부역자: 전쟁, 기만, 생존 (글항아리 刊)
2차 세계대전을 남다르게 관통한 세 사람의 삶을 추적해 윤리의 다면성을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네덜란드 출신 언론인이자 학자인 이안 부루마가 쓴 이 책은 하인리히 힘러에게 없어서는 안 됐던 개인 마사지사 ‘케르스텐’, 중국에서 일본 비밀경찰을 위해 스파이가 된 만주족 공주 ‘요시코’, 동료 유대인들을 독일 비밀경찰에 팔아넘긴 네덜란드의 하시드 유대인 ‘바인레프’가 주인공이다.
케르스텐은 유대인 살해 계획을 세운 힘러의 몸과 마음을 보살폈지만, 훗날 유대인의 구출을 돕는 일을 했다. 전쟁 시기에 일어나는 부역의 행위는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잣대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다. 저자가 선택한 주인공 3명은 누구도 완전히 타락하진 않았지만, 부역자라는 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는 이 같은 특징이 현대의 공공 영역에서 활약하는 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역사는 단순하지 않으며, 올바른 역사관과 사실 분별 능력으로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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