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주가 100만원, 정말 '비정상적'이었나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
연초 대비 주가 693% 상승
배터리 공급망서 중요 포지션
전구체 국산화 추진하고 있어
2분기 예상 밖 어닝 쇼크 딛고
주가 상승세 다시 이을 수 있을까
# "과열 양상이다" "비정상적인 흐름이다" "개미지옥이 될 거다". 지난 4월 주가가 70만원 선을 돌파한 에코프로에 쏟아졌던 경고의 목소리다. 그로부터 3개월이 흐른 7월 10일, 에코프로의 주가는 장중 한때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 하지만 12일 기대치를 밑도는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에코프로의 주가는 92만원 선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또다시 '에코프로 고평가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에코프로의 주가 그래프는 이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주가 100만원은 정말 비정상적이었을까.
코스닥 시장에 '황제주(1주당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주식)'가 탄생했다. 무려 16년 만이다. 주인공은 올 초부터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다. 지난 7월 10일 99만4000원으로 출발한 에코프로의 주가는 개장 10분 만에 100만4000원을 찍으며 마의 고지를 밟았다. 장중 101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며 9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공행진하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12일 공시된 실적(매출 2조132억원ㆍ영업이익 1664억원)이 시장전망치를 밑돌면서 전 거래일(7월 11일ㆍ종가 97만6000원) 대비 5.74% 하락한 92만원을 기록했다. 뜻밖의 어닝 쇼크에 주춤하곤 있지만, 한달 전(6월 9일ㆍ종가 69만2000원)에 비하면 32.9%, 연초(1월 12일ㆍ종가 11만6000원)와 비교하면 693.1% 급등한 수치다.
시장에선 에코프로의 주가가 폭등한 요인으로 두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전기차 판매 호조다. 테슬라ㆍ리비아 등 미국 전기차 메이커들의 2분기 차량 인도량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전기차 관련주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는 공매도 세력의 쇼트 스퀴즈(공매도했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ㆍshort squeeze) 여파다. 에코프로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공매도했던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종목 매수에 나서면서 주식 가격이 더 뛰었다는 거다.
실제로 에코프로의 주가가 75만원 선에 머물던 6월 30일 1조2520억원이었던 공매도 잔고금액은 주가가 94만3000원으로 뛰어오른 7월 5일 1조2352억원으로 168억원 줄었다. 공매도 잔고금액이 줄었다는 건 빌린 주식을 상환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매입한 이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예견이 빗나간 셈이다.
관건은 에코프로가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업계 전문가들은 "섣불리 주가의 향방을 예단할 순 없다"면서도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권용주 국민대(자동차운송디자인학) 교수는 "현재의 주가와는 별개로 에코프로가 배터리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은 맞다"면서 "에코프로는 배터리 양극재의 원소재인 전구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의 말을 자세히 풀어보자. 전구체란 특정 화학 물질이 최종적으로 탄생하기 이전 단계의 '중간 물질'을 의미한다. 가령, 양극재를 만들기 위해선 전구체란 중간재에 수산화리튬을 섞어야 한다. 이때 전구체를 어떤 성분으로 만드냐에 따라 양극재의 성능도 달라진다.
양극재가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좌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구체가 뛰어날수록 전기차 배터리의 품질도 좋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전구체는 배터리의 핵심 요소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은 전구체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완전 국산화에 성공한다면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권 교수는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에코프로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다만 그 주식의 가치가 100만원일지, 200만원일지에 관해선 판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호근 대덕대(미래자동차학) 교수 역시 "에코프로란 회사의 잠재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2차전지 업종의 성장성 때문에라도 에코프로의 현재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선 에코프로의 주가가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경영계에선 기업이 주가에 준하는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통상 25년이 걸린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에코프로의 주가는 25년 뒤의 실적을 선반영한 것이나 다름없다. 회사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과잉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산업 전반으로 보면 2025년께 배터리 생산이 수요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때 배터리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2차전지 관련주도 분기점을 맞을 것이라고 본다."
들썩이는 증시와 불확실한 전망 속에서 에코프로는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주가에) 동요하는 것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라면서 "우리가 세운 중장기 계획대로 2027년까지 71만톤(t)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처럼 똑같이 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 고평가' 논란이 무색할 만큼 상승가도를 달려온 에코프로는 질주를 재개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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