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내일 총리선출 투표…'야권 승리' 총선 민심 따를까(종합)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 차기 정부를 이끌 제30대 총리 선출 투표가 13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실시된다. 지난 5월 14일 총선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의 단독 후보인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가 총리가 될지 투표로 가려진다.
12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의회는 13일 오전 회의를 소집해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토론을 진행한 뒤 투표에 나설 예정이다.
총리가 되려면 하원 의원 500명, 상원 의원 250명 등 750명의 과반인 376명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전진당은 하원에서 151석을 차지해 제1당에 올랐다. 전진당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인 제2당 프아타이당(141석) 등 야권 7개 정당을 규합해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해왔다.
이들 8개 정당의 하원 의석수는 312석으로, 총리 배출을 위해서는 상원 의원 64명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총선 민심은 지난 9년간 통치해온 군부 진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야권의 손을 들어줬다. 군부 진영인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각각 40석, 36석에 그쳤다.
RTSC의 총리 후보였던 쁘라윳 짠오차 현 태국 총리는 전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뒤 9년간 총리 자리를 지켜왔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징병제 폐지, 동성결혼 허용 등 파격적인 개혁을 표방하는 진보정당이다.
전진당을 이끈 40대 초반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64.8%가 "야권 8개 정당 연합이 피타 후보를 총리로 만드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국민의 기대와 달리 피타 대표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피타 대표와 전진당이 추진하는 왕실모독죄 개정은 군주제 개혁을 의미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상원 의원들의 표심이 민심과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투표 전날인 이날 선거관리위원회가 피타 대표의 미디어주식 보유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사건을 회부하면서 상황이 더 불리해졌다.
태국에서는 언론사 사주나 주주의 공직 출마가 금지돼 있다. 피타 대표는 2007년 방송을 중단한 방송사인 iTV 주식 4만2천주를 상속받아 보유했고, 군부 진영에서는 iTV가 여전히 언론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선관위는 이날 피타 대표의 선거법 위반 증거가 있다며 의원직 정지·박탈 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와 별개로 피타 대표와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재판 요청도 받아들였다.
결정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상원 의원들이 이를 이유로 대거 기권표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13일 투표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이후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총리 선출 기한이 없어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피타 후보를 대상으로 1∼2차례 재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헌재의 판단 등에 따라 후보에서 물러나게 될 수도 있다.
피타 후보가 총리가 되지 못하면, 제2당인 프아타이당이 연정 구성에 나서 총리 후보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프아타이당과 전진당의 연합이 유지될지, 프아타이당이 군부 진영과 협력할지 등 여러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피타 대표는 11일 소셜미디어(SNS)에 영상을 올려 "태국이 국민의 뜻에 따라 다수당 정부를 구성하고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갈 기회를 달라"며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태국이 비정상적인 정치적 상황에 있는 것은 명백하다"며 "국민의 선택으로 출범한 정부는 쿠데타, 법정 공방, 정당 해산으로 계속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13일 투표는 피타나 전진당을 뽑는 것이 아니라 태국이 다른 민주주의국가들처럼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길을 가도록 하는 투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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