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예능, OTT 자체등급 분류 가능해진다···후쿠시마 원전 사고 다룬 ‘더 데이스’(The Days) 영향?
일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체등급분류가 가능해진다.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는 일본 드라마 등 비디오물을 한국에서도 동시에 시청할 수 있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본 비디오물에 대한 규제를 폐지해 ‘영화’로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비디오물’로서 등급분류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한다고 12일 전했다. 일본 비디오물은 드라마, 예능 등 모든 종류의 영상물을 의미하며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않은 영화도 포함한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등 OTT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는 즉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9월 1일부터 일본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 분류를 시행한다.
논란이 된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The Days)의 넷플릭스 공개일이 세계 다른 국가와 시차가 생긴 것도 이같은 규제에 기인했다. ‘더 데이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드라마로 세계 각국에선 지난달 1일 공개됐지만 한국은 제외되자 정치적 압력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국 공개일은 오는 20일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정부가 1998~2004년 추진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정책에 따라 일본 영상물 중 ‘영화’에 대해선 등급분류를 해 유통되도록 했지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 신청은 아예 받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본 비디오물은 영화관 상영 등 우회적 방법을 통해 ‘영화’로서 등급분류를 받고 OTT 등 국내 유통망에 송출됐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현재 OTT, IPTV와 같은 매체의 등장으로 영화와 비디오물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유통 매체별로 규제를 차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또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정부 정책에 따라 시행돼 명문화된 규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OTT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기존 정책에 따르지 않더라도 사실상 제재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체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일본 비디오물이 영화관에서 심야시간 편법 상영하는 등의 변칙적인 사례들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선정성이 과도한 비디오물의 유통은 기존의 제한관람가 등급 제도에 따라 제한된다. 지난해 영등위의 등급분류를 받은 전체 성인물 3천970편 중 국내물이 2천489편(62.7%)으로 가장 높았고, 일본물은 1천347편(33.9%)으로 다음으로 많이 유통됐다.
‘영화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은 ‘제한관람가’ 등급을 두고 있어 ‘선정성의 표현이 과도해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비디오물에 대해선 영등위가 유통을 제한할 수 있다. 제한관람가 등급분류는 법상 영등위만 할 수 있으며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권한이 없다.
영등위는 9월부터 변경되는 제도가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비디오물등급분류소위원회 내 성인물 전담반을 신설하고, 성인물 등급분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시스템과 심의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2021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등을 비롯한 K-콘텐츠의 2021년 일본 수출액은 18억 달러로 일본 문화콘텐츠의 국내 수입액인 1억 2천만 달러보다 약 15배 높은 수치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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