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고르셨나요…12일 본격 시행

조해영 2023. 7. 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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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이 미리 정해둔 방식으로 자동 투자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으로 굴러가게 하는 제도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디폴트옵션이 지정된 퇴직연금 적립금은 3013억원으로 이 가운데 84.43%인 2544억원이 정기예금 같은 초저위험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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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퇴직연금이 미리 정해둔 방식으로 자동 투자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으로 굴러가게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퇴직연금을 쌓아만 두고 운용하지 않는 가입자가 많았던 터라,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제도 도입을 위해 2021년 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됐고, 지난해 7월12일부터 1년간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 시행됐다.

퇴직연금 가입 형태는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회사가 퇴직금을 직접 운용하는 확정급여형은 디폴트옵션 대상이 아니다. 퇴직연금을 받는 가입자가 운용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과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가 있는 이들은 의무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설정해야 한다.

디폴트옵션은 법적 의무사항이라 확정기여형 적용 사업장의 경우 미도입시 시정명령과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미설정시 처벌받지는 않으나 금융회사로부터 계속 디폴트옵션 설정 안내를 받게 되며,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대상자들은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투자위험 등급(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에 따라 제시하는 7∼10개 운용 방식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가령 ㄱ은행의 경우 디폴트옵션을 검색하면 초저위험 포트폴리오(정기예금 100% 구성), 저위험 포트폴리오(정기예금 70%, 집합투자증권 30% 구성), 중위험 포트폴리오(정기예금 30%, 집합투자증권 70% 구성), 고위험 포트폴리오(집합투자증권 100% 구성) 등의 상품이 안내되고 있다.

기존에 퇴직연금으로 투자를 해왔던 가입자라면 디폴트옵션을 선택해도 당장 그 방식대로 적립금이 굴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6주 동안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사전에 지정했던 옵션에 따라 퇴직연금이 운용된다. 선택한 옵션을 바꾸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적립금의 일부에만 디폴트옵션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 투자할 수도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41곳의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135개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로서 어떤 사업자의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면, 금융감독원 누리집에서 분기별로 알려주는 ‘디폴트옵션 비교공시’를 참고해도 된다. 원금보장 여부와 상품 유형, 위험도 같은 기본 정보와 함께 수익률과 적립 금액, 수수료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디폴트옵션 시행 초기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방식을 고르는 가입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5년차 직장인 남아무개(30)씨는 이날 <한겨레>에 “퇴직연금 계좌가 있는 은행에서 전화가 와서 (디폴트옵션을) 고르긴 했는데, 종류가 여러개이기도 하고 크게 관심이 없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디폴트옵션이 지정된 퇴직연금 적립금은 3013억원으로 이 가운데 84.43%인 2544억원이 정기예금 같은 초저위험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초저위험이 1.11%, 저위험이 2.33%, 중위험과 고위험이 각각 3.22%, 4.81% 등으로, 위험도가 높을수록 수익률도 높게 나타났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하다. 2018년 190조원 규모였던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해 335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커졌다. 은행과 보험사들은 ‘고객 지키기’에, 증권사는 ‘신규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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