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수술? 방향이 틀려도 한참 틀렸습니다

한겨레 2023. 7. 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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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 복도에서 신임 차관 취임식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김영호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고] 윤건영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석열 정부가 통일부 대수술에 나선 모양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통일부를 ‘대북지원부’로 규정하고, 극단적 보수주의자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더니, 이제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 만들었던 산하기관 몇개를 찍어 손보겠다고 합니다.

우선, 대북지원부라는 말은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북한에 쌀 한 톨, 비료 한 포대도 지원한 바가 없습니다. 사실과는 전혀 거리가 먼, 대통령의 편견과 선입견의 표현일 뿐입니다.

통일부 개편도 그렇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통일부 할아버지라도 뜯어고쳐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가 가려는 길은 방향도, 내용도 완전히 틀렸습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통일부 폐지 운운하더니, 정부 출범 1년 동안 대통령실이 머리를 싸맨 결과가 이 수준이라면 참담합니다.

만약 통일부의 탄생 배경과 현 상황을 제대로 분석했다면, 촘촘하다 못해 물 샐 틈도 없는 대북제재가 존재하는 2023년의 조건을 정확히 인식했다면, 엉뚱한 산하기관을 괴롭힐 게 아니라 통일부 본부 조직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논의가 진정한 통일부 개혁의 출발이 되기 위해서, 통일부에 나름 애정을 가져온 사람으로서 평소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첫째, 북한 이탈주민 업무부터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탈주민 사업은 전체 통일부 예산과 조직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2020년 기준, 이탈주민 예산 비중은 47% 수준입니다. 이탈주민의 사회 진출을 돕는 하나원 인력은 222명(2022년 6월 기준 통일부 74명, 그 외 148명)으로 윤석열 정부가 손보겠다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2022년 10월 기준 55명)의 4배가 넘습니다.

물론 이탈주민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당연한 임무입니다. 그러나 그 일을 행정안전부도, 보건복지부도 아닌 통일부가 꼭 해야 하는가는 사회적 토론의 영역입니다. 현행 이탈주민 지원 정책의 중심은 사실 행정과 복지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내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탈주민을 특별한 ‘꼬리표’ 없이 평범한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행안부 등으로 업무를 이관하는 것에 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둘째, 남북회담본부도 그 역할과 기능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삼청동에 넓디넓은 공간을 단독으로 쓰고 있는 남북회담본부는 1980년 지금의 국정원 소관이던 남북조절위원회 사무국을 ‘남북대화 사무국'으로 편입해 탄생한 조직입니다. 분단과 한국전쟁 뒤, 남북 대화가 거의 없던 시기에 회담본부는 앞선 회담 경험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그를 토대로 회담 전략을 짜는 일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사는 남과 북의 엄청난 생각의 차이 때문에 필요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도 그런 조직이 필요할까요? 40년이면 세상이 바뀌어도 몇번이나 바뀌었을 시간입니다. 그사이 남북 정상은 무려 다섯 차례나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습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동안 남북 간 대화는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대통령은 남북회담본부에 무슨 일을 맡겼습니까? 심지어 회담본부는 통일부 본부 내 가장 큰 조직(2020년 기준 72명, 통일부 인력의 12%)인데 말입니다.

언젠가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된다 해도, 회담본부라는 조직이 꼭 필요한지 근본적 고민도 필요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에 관해 아무런 정보도, 이해도 없던 시절의 관성이 아닌지 성찰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각 분야 담당 부처가 직접 마주 앉는 것이 대화의 밀도와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정말 윤석열 정부가 통일부를 제대로 개혁하고 싶다면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자신의 답부터 내놓아야 합니다. 정부 조직에는 결국 국정운영을 하는 이들의 철학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에 답은 내놓지 못하면서 통일부 개편 운운하는 것은 말 그대로 ‘속임수’일 뿐입니다. 겉으로는 개혁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평화와 공존이 싫어, 애꿎은 ‘통일부 괴롭히기'에 올인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완전히 없앨 용기와 자신도 없으면서 비겁하게 뒤로 괴롭히는 못된 심보는 당장 고쳐먹는 것이 정도(正道)입니다.

정도를 걸을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낫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 철학의 부재와 자기 인식의 편협함부터 돌아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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