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탓, 전 정권 탓, 네이버 탓
[뉴스룸에서]
[뉴스룸에서] 정유경 | 뉴스서비스부장
한 독자로부터 문의가 들어왔다. 요즘 네이버에서 뉴스를 봐도 <한겨레>가 잘 뜨지 않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는 것이었다. 3년째 뉴스서비스부(예전 디지털뉴스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다. 알다시피 포털에서는 한겨레뿐만 아니라 수많은 언론사가 경쟁한다. 이럴 땐 뉴스 배치 알고리즘의 첩첩산중을 뚫고 독자에게 다가가야 하는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꾸지람을 듣는 기분이 된다.
일단 그런 독자님들께는 ‘네이버 로그인부터 해주시고, 한겨레 채널을 찾아 구독을 눌러주십사’ 부탁드린다. 마음에 드는 기자 구독도 눌러주시면 좋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기사를 자체적으로 선정해 배열하지 않고, 구독 기반임을 강조하며 ‘인공지능(AI·에이아이)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다. 이 알고리즘의 구체적인 가중치 비중을 언론사에 공개하진 않지만, 경험적으로 △로그인 기반 해당 언론사를 구독했는지 △과거 열심히 읽었던 기사와 연관성이 높은지를 따져 추천한다고 보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구독자가 기존에 본 영상과 비슷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구독하지 않고 들어오는 독자들의 경우, 네이버 쪽에서는 20여가지 비개인화 요소들을 통해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클릭 수가 많고 체류 시간이 길수록, ‘좋은 품질 기사 점수’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최근 참석한 네이버의 언론사 디지털 설명회 질의응답을 종합해보면, 언론사가 직접 ‘심층뉴스’로 분류했거나 여러 언론이 비슷한 주제를 다뤘을 경우에 가중치를 좀 더 주는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하게 속보를 생산하는 일부 언론사에 대응해 속보 가중치를 다소 낮췄고, 반면 연재물 가중치는 높였다는 취지의 설명도 들었다. 독자들이 많이, 꼼꼼히, 꾸준히 읽을수록, 언론사에서 주요하게 배치했을수록 고품질 기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추천하도록 설계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기존의 선택 데이터가 쌓여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에이아이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 악의적인 차별·혐오 발언이 다수일 경우, 혐오마저도 학습했던 ‘이루다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다수가 선택했다고 해서 꼭 윤리적인 것은 아니다. 수량화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평가할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어떤 뉴스가 좋은 뉴스인가’의 기준을 당신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여러 가지 의문은 많지만, 실무자로서는 결국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기사’를 최대한 많은 독자가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클릭 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선택 앞에 놓인다. 순진한 믿음일지 모르겠으나, 좋은 기사는 ‘낚시성(어뷰징) 몰이’를 하지 않더라도 결국 독자들이 알아본다고 믿는다. 읽기 쉽고 정직한 제목을 통해, 그 기사로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뉴스서비스부의 임무일 뿐이다. 한겨레 뉴스룸의 ‘영업비밀’ 중 하나를 여기서 공개해드리겠다. 당연하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쓴다. 제목은 가능하면 21자 이내로, 그리고 유입 키워드는 최대한 전면에 노출한다. 약어나 한자보다는 키워드 전체를 쓰는 게 적어도 검색에서는 노출에 유리하다.(이건 특히 대통령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서 ‘윤석열’로 검색하시고는 보수 언론 기사가 위에 뜨지 않는다고 주장하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께 말씀드린다. 보수 언론은 제목에 한자 ‘尹’을 써서 검색해보시기 바란다.)
똑같은 ‘키워드’라도 회사 내에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겨레는 어떤 집단을 멸시하거나 비하하는 표현, 또는 어쩔 수 없이 다뤄야 하는 범죄자의 가해 사실 등 일방적 주장의 경우엔 적어도 제목으로는 뽑지 않으려 노력한다. “건폭” “사교육 카르텔” 같은 키워드를 계속해서 정부·여당이 며칠째 키워드로 밀어붙일 때도 난감했다. ‘건폭몰이’나 ‘노동단체 탄압’으로 풀어 써주거나, ‘사교육’과 같은 건조한 키워드를 쓰려고 한다. “반국가세력” 같은 독특한 키워드를 꾸준히 제시할 때는 달리 대신할 만한 방도가 없어서 최대한 인용을 살려서 쓸 수밖에 없었다.
알고리즘, 검색, 에이아이 등에 지치신 독자분들께는 한겨레 앱을 추천한다. hani.co.kr을 찍고 직접 들어오시거나, 한겨레 앱을 깔면 한겨레가 직접 고심을 거쳐 선정한 ‘키워드’를 볼 수 있다. 이건 에이아이가 아니라 사람이 한다.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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