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보도 대신 ‘자살’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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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자살'이라는 단어로 보도하는것을 편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오스트레일리아 쪽에서는 부정적 가치 판단이 들어있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살에 대해 왜곡된 의미를 전달할 뿐 아니라 모호한 소통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언론에서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빌어 개인의 자살사망을 보도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세계적으로 높은 자살률을 이어가는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을 줄이기 위한 정보를 더 많이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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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성완 |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광주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언론에서는‘자살’이라는 단어로 보도하는것을 편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대신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에 일종의 면죄부를 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서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지난 3월 오스트레일리아의 국립청년센터(Orygen)가 주최한 자문회의에 참여했다. 주제는 ‘청소년이 자해와 자살에 대해 온라인 공간에서 안전하게 소통하는 법’을 안내하는 지침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국립청년센터는 몇 년 전 개발한 ‘청소년 대상 지침’에 이어 ‘보호자를 위한 지침’을 만들었다. 나는 한국어판에 대해 자문했다. 이 지침에는 자살이라는 주제를 청소년과 보호자가 안전하게 소통하는 것을 안내하고 있는데, ‘자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대화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피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또 ‘자살로 사망했다’는 문장이나 자살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하거나 자살 충동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나는 한국에서는, 특히 언론에서 ‘자살’이라는 단어 사용을 피하고 ‘극단적 선택’이라 표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오스트레일리아 쪽에서는 부정적 가치 판단이 들어있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살에 대해 왜곡된 의미를 전달할 뿐 아니라 모호한 소통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살을 ‘자살’이라 말하며 소통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의과대학 학생들이 학술회의에서 ‘자살’ 대신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발표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자살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을 면담할 때, 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명확하게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의했지만, 사회의 일반 관습이 학생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부정적 가치 판단이 들어있는 용어가 자살을 의학적으로 접근하고 다뤄야 하는 예비 의료인의 인식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누구나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자살에 대해 떠오르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와 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살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가 이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10대와 20대 사망 원인의 절반이 자살이다. 청소년이나 청년 가운데 누군가 사망하면 둘 중 하나는 자살로 인한 사망이라는 뜻이다. 나머지 절반이 교통사고나 신체 질병이다. 교통사고나 신체건강 관리를 위해 우리 사회가 투자하고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 견줘 자살과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얼마나 투자하고 보도하고 있나? 암이나 심장병으로 죽음을 앞둔 청년이있다면 사람들은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로 자살 충동을 겪고 있는 청년에게는어떻게 반응할까?
유명인의 자살에 대한 보도가 많은 시기에 자살률이 급증한다는 통계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자살 보도에 영향을 받은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때문에 언론에서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빌어 개인의 자살사망을 보도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세계적으로 높은 자살률을 이어가는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을 줄이기 위한 정보를 더 많이 전달해야 한다.
자살에 대해 따뜻한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자살률 감소에 기여할 것이다.언론도 이러한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사에서 더 이상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를 제안한다. 대신, 일상에서 자살을 어떻게 예방하고 안전하게 대화해갈 수 있을지 보다 적극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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