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대결 강화 속 美 본토 위협… 中·러와는 밀착 가속 [北, ICBM 도발]

곽은산 2023. 7. 1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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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회의중 北 도발 왜
김여정 ‘美 정찰 트집’때 조짐 감지
최선희 北 외무상 석달 만에 담화문
우크라에 집속탄 제공 美 결정 규탄
동시에 中·러와 결속강화 의지 천명
사거리 1만5000㎞… 美 전역 타격권
한·미·일 북핵 대표 ICBM 대응 협의
한·미·일·나토 vs 北·中·러 구도 뚜렷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동안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나토가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촉구한 점을 감안하면 나토와 북한이 직접 대립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한국이 미국, 일본은 물론 나토와도 접촉을 늘리는 가운데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나토 대(對) 북·중·러’ 대결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월 13일 북한이 발사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평양=조선중앙통신·뉴스1
12일 북한의 ICBM 발사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미 공군 전략정찰기의 정찰활동을 비판하며 미국이 북한의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경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남한을 기존의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며 완전히 남의 나라를 대하듯 행동했다. 남북관계는 더 이상 ‘같은 민족끼리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그냥 ‘서로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일 뿐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날 도발은 한국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무력도발 성격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발사된 ICBM 사거리는 1만5000㎞쯤으로 추정되는데 미 본토 전역이 타격권에 해당한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전날 심야에 담화를 내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송이폭탄(집속탄) 제공을 결정했다”며 “평화 도살자”라고 비난했다. 최 외무상이 담화를 낸 건 4월21일 이후 석 달 만이다. 그는 담화에서 “송이폭탄은 매우 위험한 대량살육 무기”라며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이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육 무기를 제공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세계를 새로운 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위험천만한 범죄행위로 규탄하며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위임에 따랐다는 것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란 의미다.
담화는 또 “이번 결정은 러시아 인민의 반미 의지만을 더욱 배가해주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모든 시련과 난관을 과감히 이겨내고 반드시 종국적 승리를 이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나토의 규탄 대상이 된 러시아와 굳게 연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의 결속 또한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마침 이날 북·중 우호조약 체결 62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한 북측 인사들은 “(양국) 친선관계를 더욱 승화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북·중·러 결집에 맞서 한·미·일 군사협력이 한층 심화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나토의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 ICBM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김승겸 합참의장,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우리 합참의장 해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현안에 관해 논의하고 3국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밀리 의장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NSC)에 화상으로 참여해 “(북한에 맞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결속을 촉구할 것”이라며 “한·미 간, 그리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취할 군사·외교적 조치를 차질 없이 실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민생파탄을 외면한 채 무모한 핵 모험주의에 집착하면 할수록 북한 정권의 앞날은 더욱더 암담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가치 공유국 간 연대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토와 군사정보 공유 및 사이버 안보 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국가들과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곽은산·구현모·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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