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들어온 생성형 AI 시대] 태양광 패널 일사량·온도 측정… 고장 원인도 95% 잡아낸다
AI 통합진단 시스템로 패널 관리
빅데이터·디지털 트윈 등 접목
1분마다 전류 출력·전압 체크
에너지 손실 줄이고 수명 연장
"태양광 관리 게임체인저 역할"
지난 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내 태양동산. 태양광 패널들이 뜨거운 태양빛을 향해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단면 태양광 패널부터 아치 구조의 양면 태양광 패널,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 패널, 컬러태양광 패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근처에는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한 직류전력을 교류전력으로 변환하는 인버터(전력변환장치), 접속함 등 태양광 발전을 위한 주변 시스템과 기기들이 작동 중이었다.
◇머신러닝·디지털 트윈 기술로 태양광 패널 상태 실시간 확인
이들 태양광 패널은 에너지연이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태양광 발전량 통합 진단 시스템'을 실증하기 위해 설치됐다. 이 시스템은 태양동산과 1연구동, 4연구동 등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일사량, 모듈 온도, 전압, 전류, 출력 등을 1분 단위로 측정한 후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가상화 모델을 통해 대형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
고석환 에너지연 태양광연구단 박사는 "태양광 발전의 초기 운전 데이터와 예측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한 물리 모델 데이터를 활용해 머신러닝 기법으로 학습시킨 후 최종 머신러닝 모델 데이터 값을 생성한다"며 "머신러닝 모델과 초기 측정 모델, 물리 모델 간 상호 비교 분석을 통해 개별 태양광 패널의 작동 상태와 발전량, 출력 성능 등을 실시간 파악해 고장 진단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데이터는 1분 단위로 연구실에 구축된 통합 관제 모니터에 실시간 전송돼 표시됐다. 연구자들은 분 단위로 들어오는 태양광 패널의 8가지 측정 데이터를 토대로 특정 태양광 패널의 상태와 고장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만약 태양광 패널의 실제 출력과 발전량 데이터가 머신러닝 모델값과 급격한 차이가 생기면 그 원인도 판단해 준다. 태양전지나 패널 소재가 점진적으로 변형되는 열화로 인한 것인지,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일시적인 음영이 원인인지, 태양광 패널 오염·충격·발열 때문인지, 아니면 누설, 절연 성능 이상, 핫스팟(빛이 전기로 활발히 전환되는 현상) 등으로 인한 것인지를 분석해 정상, 고장 여부를 화면에 보여 준다.
연구팀은 현재 95%에 달하는 진단 정확도를 추가적인 데이터 학습을 통해 10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주영철 에너지연 태양광연구단 선임기술원은 "통합 진단 시스템의 데이터들은 웹과 클라우드를 통해 연동되는 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으로 실시간 통합 운영과 관제, 사후관리까지 가능한 게 강점"이라면서 "사람의 접근이 어렵거나 규모가 방대한 태양광 발전단지 등에 적용하면 에너지 손실을 줄이면서 보다 효율적인 운영과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등 혁신적인 ICT 기술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통의 과제를 푸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웹과 클라우드 기반 관제를 통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태양광 발전 통합 운영과 성능·고장 감시, 현장 진단, 조치가 가능해 태양광 O&M(운영관리)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태양광도 '디지털 전환' 시대…AI로 시스템 지능화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20년에서 길게는 30년에 달한다. 하지만 다양한 내·외부 환경 요인으로 인해 수시로 고장이 발생한다.
태양광 패널은 직병렬 형태로 연결돼 있는데 그중 일부 패널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방치돼 있으면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는 만큼 정기적인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태양광 O&M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간 발전 상태와 고장 진단에 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등을 접목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부도 태양광 O&M 시장이 기존 태양광 발전 산업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전시스템 유지보수 등 질적 향상을 위한 정책과 기술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태양광 누적 설치 계획은 약 460GW로, 지난해 말 기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보급통계 25GW의 18배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고 박사 연구팀은 AI를 활용해 태양광 O&M의 디지털 전환을 이뤄냄으로써 신재생 에너지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는 목표다.
태양광 정밀진단 기술과 AI 성능 분석 기술을 적용해 태양광 에너지 손실을 줄여 탄소중립 조기 실현을 돕고, 태양광 O&M 시장을 선점해 국내 태양광 발전 산업 활성화을 뒷받침한다는 전략이다.
고석환 박사는 "태양광 O&M 시장이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산업 기회로 주목받으면서 빅데이터, AI 등 ICT 기술을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융합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태양광 발전량 통합 진단 시스템은 육안으로 분석이 불가능하거나 모호한 태양광 패널의 상태도 정밀하게 진단 분석하도록 도와 태양광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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