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잃어가는 韓경제] 인구·생산성 감소가 韓 GDP 순위 끌어내려… 2075년 印, 美 추월

박정일 2023. 7. 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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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GDP 보고서 발표
"인도, 세계 2위 경제대국 될 것"
인구 규모·생산성 등 압도적
인도정부 지원에 기업들 러시
韓, 저출산·노동경쟁력 등 취약
각종규제·파업에 韓 투자 꺼려
출처 골드만삭스 리서치. (단위=조 달러)

오는 2075년이면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공신력 있는 보고서가 나왔다. 인구와 혁신·기술발전, 투자, 노동생산성 면에서 인도가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존 상위권 국가보다 우위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잣대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보면 저출산과 각종 규제, 투자심리 위축,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인상률 등 부정적인 요인들만 가득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2021년 세계 10위에서 지난해 13위로 밀려난 한국의 순위는 계속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암울한 결론이 나온다.

◇인도, 2075년 미국 추월하고 중국 턱밑 추격

미국의 유력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가 2075년 52조5000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위인 중국은 57조달러, 미국은 51조5000억달러,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은 30조3000억달러, 일본은 7조5000억달러로 각각 예상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명목 GDP 기준 지난해 국가 경제규모 순위에서 인도는 세계 6위다. 지난해 인도의 경제규모는 3조96억달러로 한국(1조6733억달러)보다 80%가량 더 크다.

보고서를 작성한 산타누 센굽타 골드만삭스 리서치 인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20년 동안 인도의 부양률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양률은 생산가능 인구 당 부양해야 하는 청소년과 노인 등의 숫자를 나눈 값이다.

골드만삭스는 인도의 성장 요인으로 생산가능 인구의 증가와 기술혁신, 노동생산성 향상, 자본투자 등을 꼽았다. 센굽타는 "인도는 (낮은 부양률을 발판 삼아)제조업 능력을 확충하고, 서비스업도 계속 성장시킬 것"이라며 "(인구는)인프라도 확대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창구"라고 말했다.

인도는 기술혁신력 면에서도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더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고 골드만삭스 측은 분석했다. 인도의 민간 무역 협회인 나스콤(Nascom)은 인도의 기술 산업 매출액이 올해 말까지 2450억달러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자본투자도 인도 성장을 이끌 또 다른 주요 동력으로 꼽았다.

여기에는 인도 정부의 강력한 투자유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메이드 인 인디아' 총력전에 나선 모디 총리는 인도 정부가 모든 반도체 공장 설립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주 정부도 추가로 20%를 지원한다. 인도 정부는 100억달러(13조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마련했다. 그 결과 인텔,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인도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내놓은 '세계투자리포트 2022'에 따르면, 인도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는 1995년 21억5100만달러에서 2021년 447억3510만달러로 늘어났다. 2022년에는 이 규모가 640억722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은 저출산에 생산성도 하위권…성장동력 부재

반면 같은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비교해보면, 상황은 암울하다. 먼저 출산률의 경우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0.78명까지 추락했다.

통계청은 2023년 5200만명인 우리나라 인구가 2041년 4000만명대로 급락한 후, 2070년에는 현재의 3분의 2 수준인 3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노동경쟁력 면에서도 우리나라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2023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지수는 56.2점으로, 미국(76.3점), 일본(66.8점) 등에 크게 밀렸다. 노동시장 지수는 근로시간, 채용, 해고 등 노동시장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숫자다.

여기에 치솟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동경쟁력을 더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로, 주요 7개국(G7)보다 1.3∼5.6배 높다.

각종 규제와 잦은 파업, 인건비 부담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고금리로 자금시장 경색이 이어져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혁신 측면에서의 평가도 글로벌 중위권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 초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세계 혁신 스코어카드'를 보면 평가 대상 70개국 가운데 한국의 혁신 순위는 26위에 머물렀다. CTA는 "한국은 이스라엘을 제외한 다른 스코어카드 국가보다 많은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6%를 연구개발(R&D) 투자에 쓴다"면서도 다른 많은 나라 사람들보다 한국인들은 열악한 대기 환경에서 생활하며, 한국은 개인 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수출 감소세가 둔화하는 등 우리 경제에 회복세 조짐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우리의 경쟁력 향상이나 수출산업 기반 강화보다는 주로 세계 경기 변동에 의한 것이므로 근본적인 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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