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의 잔류를 확신하나...포스테코글루, 케인과의 첫 만남 내용은 '계약'이 아냐
[포포투=한유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해리 케인이 팀에 남겠다고 확신하는 걸까.
케인은 '명실상부' 2010년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180cm를 훌쩍 넘는 키와 제공권, 동료와의 연계 능력과 골 결정력, 박스 안에서의 영향력 등 골잡이로서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플레이 메이커로서도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는 중이다.
그만큼 화려한 개인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다. 토트넘 훗스퍼에서만 10년 가까이 활약하며 여러 차례 득점왕을 수상했다. 토트넘 역대 득점 1위는 이미 그의 몫이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역대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골든 부트를 수상하며 엄청난 개인 기록에 한 줄을 추가했다.
하지만 개인 커리어와 달리 트로피 진열장은 휑하다. 토트넘에 있는 동안 단 하나의 메이저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유럽 대항전은 고사하고 리그. 하물며 국내 컵 대회에서도 트로피는 구경도 못했다. 리그 2위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등. 기회는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커리어 초기엔 괜찮았다. 토트넘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체제로 유럽 내에서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케인은 언젠가 트로피를 획득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이 떠나고 자신을 도와 준 도우미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22-23시즌 토트넘의 성적은 리그 8위. 우승은 고사하고 유럽 대항전 진출권 획득도 좌절됐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케인은 조바심을 느꼈다. 수명이 정해져 있는 '축구 선수'라는 직업이기에 늦지 않게 자신의 오랜 숙원을 달성하고자 했다. 2021년엔 실제로 토트넘에 이적을 요청했고 맨체스터 시티와 협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은 케인의 이적료로 막대한 금액을 요구했고 맨시티는 오랜 고민 끝에 케인을 향한 관심을 철회했다. 이들은 결국 한 시즌을 스트라이커 영입 없이 보내기로 결정했고 지난해 여름 '괴물' 엘링 홀란드를 데려오며 그 한을 풀었다.
맨시티 이적은 실패로 끝났지만, 케인을 향한 관심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번 여름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뉴캐슬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PSG) 등과 연관됐다.
맨유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지난겨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낸 맨유는 스트라이커 보강을 물색했고 그 적임자로 케인을 낙점했다. 하지만 레비 회장의 완강한 태도로 인해 맨유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같은 리그 내 라이벌에 에이스를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맨유는 레비 회장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영입 경쟁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레알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카림 벤제마를 보낸 레알은 케인을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장전했다. 그러나 레알 역시 영입에 실패했다. 토트넘이 요구하는 금액은 레알이 생각한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맨유와 레알이 경쟁에서 빠진 후, 케인 이적설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독일의 '거함' 뮌헨이 관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한 뮌헨은 케인 영입을 통해 새 시즌 유럽 제패를 노리고자 했다.
이들은 적극적이었다. 맨유, 레알과는 달리 실질적인 오퍼도 했다. 7000만 유로(약 995억 원)가 거절된 후, 8000만 유로(약 1138억 원). 이마저도 거절됐지만 프랑스 매체 '레퀴프'에 따르면, 뮌헨은 1억 유로(약 1422억 원)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케인의 이적설. 이는 토트넘에 새로 부임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도 최대 화두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부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케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구체적인 답변을 하진 않았지만, 그는 케인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계약'에 대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이 제기됐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케인과의 면담에서 '계약'이나 '돈'에 관한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면담의 주된 주제는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선수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그 선수와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를 나누진 않을 것이다. 곧 떠날 사람과 새 시즌을 대비할 필요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케인이 이번 여름 팀에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그의 생각대로 케인은 이번 여름 잔류를 택할까. 마지막까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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