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도전해요"...국제수학올림피아드 종합3위 한국 학생들
한국 고등학생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만점을 받아 정상에 올랐다.
112개국이 참가한 이번 IMO는 2일부터 11일간 일본 치바시에서 열렸다. 서울과학고 3학년 배준휘·최우진·이규동·이지후 학생과 2학년 진영범·정유찬 학생으로 구성된 한국 국가대표팀은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로 전원 6명이 메달을 획득해 215점으로 종합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중국(240점), 2위는 미국(222점)이었다.
이중 배준휘 학생은 42점 만점을 획득해 개인 1위라는 최고 성적을 거뒀다. 만점은 612명의 참가자 중 단 5명만 받았다. 만점이 나온 건 우리나라 IMO 역사상 여섯 번째다. 또 배준휘 학생은 이규동 학생과 함께 2021, 2022년에 이어 올해도 출전해 3연속 금메달을 거뒀다.
최수영 한국 대표팀 단장(아주대 수학과 교수)은 “전 세계 수학을 제일 잘하는 학생들이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에 메달 하나 받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대표팀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기쁘다. 모두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틀에 걸쳐 시험을 치렀다. IMO 문제는 총 6개로 대수, 조합, 기하, 정수 네 개 분야에서 출제된다. 한 문제당 7점 만점으로 총점은 42점이다. 메달별 점수 합격선은 대회마다 다르며 상위 12분의 1에 금메달이 수여된다. 학생들은 하루당 무려 4시간 30분씩 3문제를 푼다. 문제는 수학능력시험처럼 단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닌 ‘증명하라’, ‘보여라’처럼 모두 서술형으로 작성해야 하는 유형의 문제다.
IMO 출신 중 필즈상 수상자인 테렌스 타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페터 숄체 본대 교수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학자가 많이 배출돼 IMO는 신진 수학자를 미리 발굴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는 IMO 수상 실적을 상급학교 진학 시 가산점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IMO에 계속 학생들이 도전하는 이유가 뭘까. IMO 폐막식이 열리는 12일 치바시에서 만난 우리나라 국가대표 학생들은 “너무 재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면 재밌는 것처럼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수학올림피아드 문제를 푸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낀다는 말이다.
학생들은 IMO에 출전하기 위해 여러 번의 시험을 치렀다.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2차 시험, 아시아태평양수학올림피아드(APMO), 한국수학올림피아드최종시험(FKMO) 등을 거쳤다. 이후 한 달 반 동안 하루 8시간씩 대한수학회에서 제공하는 집중 교육을 받으며 IMO를 준비했다.
이지후 학생은 “집중 교육에서 참가자들끼리 모여 하루 5개 정도 문제를 각자 몇 시간이고 고민해본 뒤, 함께 풀잇법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라면서, “이때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배우면서 수학 실력이 많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노력 끝에 IMO에 출전했지만, 시험장에서 만난 IMO 문제는 만만치 않았다. 특히 5, 6번이 쉽지 않았다. 배준휘 학생은 “5번 문제를 2시간 넘게 고민했는데 전혀 풀리지 않았다”라면서 “너무 초조했지만 모든 생각을 다 비운다는 생각으로 숨을 한번 들이신 뒤, 아예 다른 접근으로 시도해본 뒤 겨우 풀렸다”며 회상했다.
IMO는 전 세계의 훌륭한 수학 영재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 만나면서 한층 성장한다. 이규동 학생은 “시험이 끝난 뒤 시험장에서 뒷자리에 앉아 있던 몰도바 학생이 한 문제의 답을 물어보기에 천천히 설명해줬는데 다른 학생들이 더 몰려들었다”라고 말했다. 최우진 학생과 정유찬 학생은 코스타리카 친구를 사귀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수학올림피아드에 도전하겠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모두 “그렇다”라고 답했다. 진영범 학생은 “지금껏 대회 준비를 하면서 한 문제 때문에 기쁘기도 하고 너무 슬펐던 기억이 많지만, 이를 겪고 나니 모든 일은 시간이 흐르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정유찬 학생은 수학올림피아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의사소통 능력을 길렀다.
최우진 학생은 학창 시절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답을 내놨다. “제 나이에 한국을 대표해서 국제대회에 나가보는 경험은 스포츠 선수가 아닌 이상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또 소중한 경험이 있을까요?”
[치바시(일본)=이채린 수학동아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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