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재료 탐구로 통한 극과 극…페이스갤러리가 낙점한 작가 2인
베트남계 佛 작가 흐엉 도딘
눈쌓인 풍경처럼 고요한 추상
프랑스 돌가루로 투명한 깊이
미국 작가 매튜 데이 잭슨
강렬한 색감으로 재료 탐색해
역사와 과학 넘나들며 낯설게하기
베트남계 프랑스인 여성 작가 흐엉 도딘(78)의 아시아 첫 개인전 ‘VID/VIDE(인생/여백)’이 페이스갤러리 서울 2~3층에서 펼쳐졌다. 은은한 색 안에 숨어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하학적 추상화 ‘K.A.’연작은 그저 평화롭다. 미니멀리즘 대표 화가인 아그네스 마틴의 은은한 빛은 물론 한국 단색화의 여백, 은은한 마섬유 조직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닮아있다.
작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혼자 앉아서 바닥 캔버스 위에 붓을 잡고 직접 만든 안료를 15회 이상 덧칠하는 수행적인 과정을 거쳐 투명하면서도 밀도있는 작업을 완성해 낸다.
작가는 “수직선은 나의 중심에 다가가는 것을 상징하고, 수평선은 항상 불안정한 상태인 우리가 균형감을 맞춰가게 한다”며 “무한한 자유로움을 품은 내 작품이 오래 생명력을 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처럼 가늘게 뽑아낸 선의 기운에서 작가의 집중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19세기 중후반 요세미티와 옐로스톤 등 미국 서부 풍경을 그린 앨버트 비어튜타트의 유럽 낭만주의 화풍에 공상과학(SF)적 상상을 섞어 낯설게 재현한 대표작 ‘Two Moons’(2023)는 나무와 납, 우레탄플라스틱, 유리섬유 등 독특한 재료로 레이저절단 등 독자적인 사진제판법(photomechanical process)을 거쳐 단순 평면 회화라기보다 부조에 가깝다.
스스로 자신을 영매 혹은 매개체로 여긴다고 밝힌 작가는 “앞선 작가들의 유산을 바탕으로 사각 틀 안에서 아름다움과 기괴함이 통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19세기 말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사진, 리베카 솔닛의 저술 등에서 영향을 받아 단순 풍경이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적 내용을 재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기존에 조각과 회화, 콜라주,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와 과학을 넘나들었던 그의 오랜 판화 경험이 이번 전시에서 매력을 뿜어냈다.
그의 대작은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소장품전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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