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블리자드 합병'건 패소에…'헛스윙' 칸 책임론 커진다

김종훈 기자 2023. 7. 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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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칸 미국 FTC 위원장 "패소도 부분적 승리" 반독점 소송 적극 제기…"패소는 패소일 뿐" 비판
리나 칸 연방통상위원장이 2022년 10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마이크로소프트(MS)-액티비전블리자드 합병 거래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소송에서 지면서 리나 칸 FTC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칸 위원장은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회사를 합병해 시장을 독점해나가고 있다면서 아마존, 메타 등을 상대로 줄기차게 반독점 소송을 제기해왔다. 이에 FTC가 소송을 남발해 종이호랑이 신세를 자처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반독점 저격수' 리나 칸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소송을 주력 무기로 사용하는 칸 위원장의 전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칸 위원장이 반독점법의 역사를 뒤바꾸겠다는 자기 목표를 달성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커진다"고 보도했다.

칸 위원장은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당시 작성한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에서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납품업체와 근로자를 착취해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쟁사를 무너뜨려 합병함으로써 시장독점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 이 논문은 빅테크들의 독점 행위를 규제할 새로운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예일대 논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칸 위원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탁을 받아 2021년 FTC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칸 위원장은 "과거 FTC는 나약했다. MS, 아마존, 메타, 구글 등 거대기업의 몸집불리기를 저지하겠다"며 반독점 소송을 적극 제기했다.

지난해 메타가 VR 기반 피트니스 스타트업 '위딘' 인수에 나서자 메타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 VR처럼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에서 '합병을 통한 시장경쟁 저하'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많았다. 그럼에도 칸 위원장은 "어느 분야든 시장경쟁과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제소를 강행했다. 하지만 FTC는 지난 2월 이 사건에 관한 연방법원 재판에서 졌다.

블리자드 합병 사건 패소…"반독점법 하루아침에 바꾸려 해" 비판 쇄도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FTC의 위신이 추락할 수 있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해 칸 위원장은 "반독점법이 지금 인터넷 시대에 맞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면 패소도 부분적인 승리"라고 응수해왔다. 그러나 NYT는 "이번 블리자드 사건 패소로 칸 위원장이 치명상을 입었다"며 "패소는 패소일 뿐, FTC의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앤서니 사비노 세인트존스대학 기업법 교수는 "칸 위원장의 접근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한 세기 동안 확립된 반독점법을 하루아침에 바꾸려고 한다. 현명하지 않다"고 NYT에 밝혔다. 기술 분야 컨설팅 기업인 챔버오브프로그레스의 아담 코바커비치 CEO는 "패소가 쌓이면 FTC는 종이호랑이처럼 보일 것"이라고 했다.

FTC는 메타와 아마존을 상대로 진행 중인 사건에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FTC는 페이스북이 가진 시장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메타를 제소했으며, 아마존을 상대로도 반독점 소송을 준비 중이다. 아마존이 판매자들로부터 창고이용료, 광고료 등 다양한 명목으로 수수료를 걷었으며, 자사 창고나 광고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판매자들에게는 상품 배치 등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게 골자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 FTC는 아마존이 유료 프로그램 아마존 프라임 가입 취소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사용자들을 가둬놓고 있다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칸 위원장을 향해서도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칸 위원장은 오는 13일 미 하원 사법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야 한다. 하원 사법위는 공화당 25명, 민주당 19명으로 여소야대 상황. 공화당 측 위원들은 FTC의 관리부실과 윤리지침 준수 등을 따지겠다며 강도높은 청문을 예고한 상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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