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일 좀 더하게 해주세요”…‘찔끔 알바생’ 154만명, 무슨 일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서울의 한 제과점에서 주 12시간씩 일하는 대학생 A씨는 생활비가 부족해 “한주에 3시간만 더 일하게 해달라”고 점주에게 사정했지만 차갑게 거절당했다. A씨가 원한 시간대에는 이미 주 8시간만 일하는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과점 사장은 “최저임금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빨라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주휴수당까지 얹어줘야 하기 때문에 시간대를 쪼개 사람을 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A씨는 “생활비를 벌려면 아르바이트를 몇개씩 뛰어야 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주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이 15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건비 부담에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주휴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초단기 채용을 선호하면서 ‘고용의 질’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 17시간 이하만 일하는 초단기 취업자는 올해 상반기 219만명으로 2021년 사상 처음 200만명대(215만2000명)를 돌파한 후 3년째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주 15시간 미만 취업자가 153만9000명으로 추산된다. 주휴수당은 근로자가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일주일마다 하루씩 ‘유급’ 휴가를 주는 제도다. 주 15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에겐 5일을 일해도 6일치 급여를 주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일자리를 쪼개고 있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2017년 이후 48.7%(3150원)나 급등했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1만1544원으로 이미 1만원대를 넘겼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1140원을, 경영계는 9740원을 각각 제시한 상태다.

13일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만약 노사가 주장하는 중간값(1만440원)에서 정해지면 주휴수당을 포함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2528원으로 오르게 된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면 일자리가 있는 근로자는 임금 인상 편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인상 폭이 근로자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다면 최저임금제 취지와 상반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