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직격탄… 韓 경제규모 ‘세계 톱10’서 3계단 미끌 [뉴스 투데이]

이병훈 2023. 7. 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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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22년 우리경제’ 집계
2022년 원·달러 환율 12.9% 급등
명목 GDP 3.9% 증가 추정에도
달러기준 7.6%줄어 1조6733억弗
‘원자재 수출’ 러·濠·브라질은 추월
2023년 저성장… 10위 재진입 불투명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3위로 떨어지면서 유엔 기준 10위권 자리를 수성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달러로 인해 달러로 환산한 우리 경제지표가 저평가받은 데다, 국제유가 고공 행진의 영향으로 원자재 수출국의 GDP가 큰 폭으로 상승한 탓이다. 수출 부진 등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10위권 재진입 전망도 불투명하다.

12일 한국은행이 작성한 ‘2022년 국민계정으로 본 우리 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는 약 1조6733억달러로 세계 13위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는 한은이 집계한 2022년 명목 GDP 잠정치 2161조8000억원을 시장환율로 환산한 수치다. 명목 GDP는 한 국가에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 등을 해당 연도의 시장가격으로 계산한 지표로,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나타낸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명목 GDP가 25조4627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중국이 17조8760억달러로 ‘2강’의 한 자리를 지켰다. 이어 일본이 4조2256억달러, 독일이 4조752억달러, 영국이 3조798억달러로 상위 5개국에 들었다. 인도(3조96억달러)와 프랑스(2조7791억달러), 캐나다(2조1436억달러), 러시아(2조503억달러), 이탈리아(2조105억달러)도 상위 10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브라질이 1조8747억달러로 11위, 호주가 1조7023억달러로 12위였다.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우리 경제 규모가 유엔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3계단 뒷걸음질 친 것이다. 한국의 명목 GDP 순위는 2018년 10위에 오른 뒤 2019년 12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가 2020년 다시 10위를 탈환했고, 2021년에도 10위를 유지했다. 2021년 우리나라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던 러시아(11위), 호주(12위), 브라질(13위)이 지난해 한국을 추월했다.

우리나라의 명목 GDP 순위가 뒷걸음질 친 가장 큰 이유로는 강달러 상황이 꼽힌다. 지난해 원화 기준 명목 GDP는 전년(2080조2000억원) 대비 3.9% 증가했으나, 달러화 기준으로는 7.6% 감소했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화를 달러화로 환산한 가치가 저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2.9% 급등했다. 한은 관계자는 “강달러로 인해 원화를 달러화로 환산해 표기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GDP) 지표가 좋지 않게 나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 호주, 브라질 등은 환율이 완만하게 유지되며 한국의 경제 규모를 추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국가는 대표적인 석유, 광물 등의 자원 수출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여파가 원자재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이어지며 자국 통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달러로 환산한 지표에서 손해를 덜 봤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수출 실적이 개선된 측면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자원 수출국의 경우 다른 통화에 비해서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명목 GDP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근 수출 부진 등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상위 10개국에 재진입할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정부와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췄다. 경기가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고조)를 보일 것이라는 애초 전망과 달리 하반기에도 급격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집계가 공식 유엔 통계를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어서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해당 통계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외에는 국제통화기구(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전망치를 활용했기 때문에, 명목 GDP 규모나 순위 등의 구체적인 수치는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의 공식 통계는 내년 1월쯤 발표된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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