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입주물량 늘어난 주변… 재계약 도래 2·4년차 아파트 노려라
2+2 계약갱신 추천…4년뒤 자금융통 밑그림
흑석동 반값 아파트·수색동 3억 떨어지기도
실거주보단 전세 내놓는 경우 많아 더 떨어져
매매-전세 갭차이 없는 매물 깡통전세 주의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서울 강남권에서도 역전세난이 확산하고 있다. 역전세는 주택 가격 급락으로 전세 시세가 2년전 계약 당시보다 떨어져, 임대인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을 말한다. 이 같은 영향에 최근 전세 가격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시기 임차인이 '이것'을 잘 숙지한다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세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최근 전세 계약 기간을 2년으로 간주해 분석한 결과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까지 계약이 만료될 것으로 추산되는 전국 주택 전세 보증금 규모는 3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는 2011년 전세 실거래가가 공개된 이후 최대 규모다.
이로 인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증가하면서 전셋값이 하락해 역전세난은 갈수록 심화되는 분위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54%가 역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1년간 300조원 규모의 전세 계약이 만료된다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집주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셋값 하락은 무주택자·임차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입주 물량 늘어나는 곳의 '주변 아파트' 살펴라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에선 주택공급이 늘어 전세 가격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는 임차인 입장에서 전셋집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기회다. 실제 올해 초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선 아파트 전세 가격이 두 달 만에 반값 이하로 떨어진 사례가 있다. 흑석뉴타운 대표 아파트 단지인 '롯데캐슬 에듀포레' 전용 84㎡ 전세는 지난해 12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두 달 뒤인 2월에는 전세 호가가 4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흑석 롯데캐슬 에듀포레 전세가가 급락했던 이유는 2월 입주를 시작한 '흑석리버파크 자이(총 1776세대)' 전세 매물이 4억원 대로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흑석리버파크 자이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흑석뉴타운 내에서 연식이 가장 짧은 새 아파트가 됐다. 기존 단지가 새 아파트인 흑석리버파크 자이 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가격을 낮춰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12일(현재) 기준 롯데캐슬 에듀포레 전용 84㎡ 전세 최저 호가는 9억원이 넘는다.
이달 말 약 3400여 가구 입주가 예정된 은평구 수색뉴타운 일대 전셋값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수색동 일대에선 'DMC파인시티자이'·'DMC아트포레자이'·'DMC SK뷰아이파크포레' 등 3개 아파트 입주가 3주 뒤 시작된다.
현재 DMC SK뷰아이파크포레 전용 84㎡ 전세 매물 호가는 4억4000만원 수준이다. 이 단지 인근 2020년 준공 아파트인 '롯데캐슬 더퍼스트' 전용 84㎡는 2021년 7월 7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계약 만기가 도래한 현재는 5억4000만원 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 전세 매물이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3개 단지보다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 전세 가격은 현재보다 더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수색동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서울 대부분 지역의 전세 가격이 지난해 말 이후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일대 전세 가격은 연초 대비 1억원 이상 추가 하락했다"며 "청약자들이 실거주는 안하고 전세 놓겠다는 생각으로 경쟁하다 보니 전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한 전세가격 하락은 서울 강남권에서도 유효하다. 반포동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의 임대 매물은 2000개가 넘는다. 대략 전세가 1200여 가구, 보증부 월세가 800여 가구 정도다. 전·월세를 합쳐 총 가구 2990의 3분의 2가 임대로 나온 셈이다.
한 단지에서 나온 전월세 매물이 2000개가 넘다보니 전세 호가도 제각각이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전세 매물은 최저 12억원 대부터 최고 25억원대 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인근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전세가(16층)는 최근 12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면적 전세 최고가가 23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현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전세 매물 호가도 13억원 대부터 나와있다. 강남 일급지 아파트도 입주 물량 앞에선 전세 가격을 방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입주 2년차·4년차 아파트 전세 매물 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
현시점에서 전세 집을 저렴한 가격에 마련하면 2+2 계약갱신 청구가 가능해 4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서 임차인의 권리가 보호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입주 2년차·4년차 아파트에선 전월세 재계약 시점이 도래해 전세 매물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문가들은 1000세대 이상 대단지의 경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 2년차 아파트로는 서울 △양천구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2021년 1월) △마포 프레스티지자이(2021년 3월) △은평구 힐스테이트 녹번역(2021년 4월) △서초구 서초그랑자이(2021년 6월) 등이 있다. 입주 4년차 아파트로는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2019년 9월) △강북구 미아 효성해링턴(2019년 9월) △성북구 장위 래미안 퍼스트하이(2019년 9월) △은평구 래미안 베라힐즈(2019년 11월)가 있다.
◇ 4년 뒤 자금 융통 계획 미리 세우고, 깡통 전세 조심하기
하지만 현재 전세 가격이 싸다고 해서 무턱대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재 하향세가 주춤해졌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침체돼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매-전세 간 갭차이가 크지 않은 매물의 경우 '깡통 전세'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매물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전세금이 매매 가격 대비 70% 이하인 집을 찾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요즘처럼 집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집을 경매로 넘겨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송을 통해 전셋집을 경매에 넘겨야 하는데, 경매로 넘기게 되면 주택 매물은 매매가의 70% 정도로 낙찰되는 편이다. 임차인은 이 같은 점을 미리 고려해야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신축 빌라 같은 경우라면 전세보다는 월세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임차인에게 안전한 방법이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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