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 무너졌는데 장난이라고”... 지적장애 남성이 밀쳐 머리 다친 보조사

대구에서 장애인 활동 보조사로 일하는 한 중년 여성이 자신이 돌보던 지적장애 2급 남성에게 밀쳐져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가해자가) 지적장애 2급이란 이유로 한 가정을 무너뜨렸습니다.”(피해자 아들) 대구에서 장애인 활동 보조사로 일하는 한 중년 여성이 자신이 돌보던 지적장애 2급 남성에게 밀쳐져 넘어지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피해 여성 A씨의 아들이 올린 글과 함께 사건 당시 현장을 찍은 CCTV 영상이 올라왔다.

A씨 아들은 지난달 13일 A씨 핸드폰 번호로 걸려온 119 구급대원의 전화를 받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119 구급대원은 “어머니가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 중인데 머리를 다친 것 같아서 빨리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은 A씨는 외상성 두개 내 출혈, 후두 골절, 뇌진탕 등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어쩌다 이렇게 다치게 된 걸까.

A씨 측에 따르면 당일 오후 5시30분쯤 대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 지적장애 2급 남성 B씨가 A씨를 밀치면서 A씨가 뒤로 넘어지며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집으로 가자고 달래고 있었고, B씨가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돌아와 A씨를 강하게 밀쳤다. 이 장면은 CCTV에 그대로 찍혔다. B씨는 쓰러진 A씨를 보며 도망쳤고, 마트측 보안 요원에게 잡혔다고 한다.

B씨는 지적장애 2급을 가진 남성으로 신장 180㎝, 체중 100㎏의 건장한 체격이라고 한다. 지적장애 2급의 정신연령은 3~7세 정도인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언어는 구사하지만 독립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볼 수 있다. A씨는 B씨의 보조인으로 2년 동안 일했다고 한다.

A씨 측은 사건 약 2주 후인 지난달 28일경 B씨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씨 측은 “가해자 측에서 전화가 와서는 ‘경찰서에서 금요일까지 합의서 작성하라고 했다’고 말했다”며 “가해자 측은 ‘아들은 지적장애 2급이니 장난으로 그랬을 것이다. 절대 고의성이 없었다’고 항변하고 ‘이해해달라’며 합의서를 써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장애를 갖고 있으면 사람을 죽여도 되냐. 인적이 드문 곳이나 B씨와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사건이 발생했으면 저는 고아가 될 뻔했다”며 “현재도 어머니는 후유증으로 냄새를 전혀 못 맡으시고 발음도 어눌해지셨다. 10분 전 이야기하던 것도 잊어버리고 되묻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A씨 측은 관련 내용으로 국민동의청원도 올렸다.

B씨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할까. 정재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지적장애 2급이라면 형사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형사 처벌은 가해자가 법적 판단 능력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가해자가 자기 행동의 의미와 결과를 알아야 하고 고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모른다면 처벌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형사 처벌보다는 산업재해 쪽으로 보상받는 방법을 조언했다. 한 네티즌은 “활동 도우미 파견 기관에 산재 접수를 요청하시고 치료에 집중하시는 게 좋겠다”며 “정당한 파견 기관이고 계약 시간 내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치료비, 휴업수당 등 모든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