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근무제에 ‘반반반차’까지…백화점들, 유연근무제 확대하는 이유 [언박싱]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백화점업계가 다양한 방식의 탄력적 근무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유로운 출퇴근 제도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수익성을 키우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1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반반반차(1시간 연차) 제도’와 ‘접점 근무자 시차근무제’를 도입할 계획이거나, 도입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부터 반반반차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보통 하루를 통으로, 또는 반으로 나눠(반차) 쓰는 연차를 아예 시간 단위로 쪼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직원 개개인들이 휴무를 유연하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됐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2019년에는 임직원이 스스로 근무시간과 근무일을 정하는 ‘선택적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일반적인 근무형태에서 벗어나 주 3일이나 주 4일 근무와 같이 임직원 개인의 스케줄과 스타일에 맞춰 근무를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파격적인 근무제도 도입 이후 임직원들로부터 업무 몰입도 향상과 휴식에 큰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며 “앞으로도 임직원의 창의적인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마련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올해부터 ‘접점 근무자 시차근무제’를 새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VIP 라운지, 문화센터, 상품권 데스크 등 고객과의 접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폐점 준비로 근무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사실상 점포 근무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지난해까지 현대백화점 점포 근무자들은 오전 9시 30분 출근, 오후 6시 30분 퇴근으로 시간을 고정해 근무를 해왔다. 폐점 시간까지 근무할 경우 추가 수당을 받는 식이었다. 이를 폐점 시간까지 근무하는 직원은 오전 11시에 출근하도록 바꾼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여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 밖에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도 탄력근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5년부터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오전 9시로 고정됐던 출근시간을 오전 8시, 오전 10시 등 시차를 두고 근무하도록 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본사의 경우 2018년부터 시차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점포 근무자들은 평일과 주말에 4개 또는 5개 조로 나눠 스케줄 근무를 하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업계가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 것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성을 키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월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업무효율 및 생산성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제도’를 물어본 결과 유연시간근로제(82.5%)가 휴가 활성화 조치(83.5%) 다음으로 많이 꼽혔다.
특히 백화점업계의 경우 고물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하는 데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발표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서 백화점업계의 지수는 79로 전체 유통채널에서 유일하게 전 분기에 비해 하락했다. RBSI란 유통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로,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서도 백화점 업계의 매출 성장률과 구매건수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매출 증감률은 3월 9.5% 이후 4월 2.5%, 5월 -0.2%로 매달 떨어지고 있다. 구매건수 증감률도 올해의 경우 ▷3월 13.9% ▷4월 2.8% ▷5월 -0.1%로 하락세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금리와 물가로 소비여력이 약화하고 있고, 해외여행이 확대되면서 백화점 매출이 둔화할 것”이라며 “백화점업체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한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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