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슈] "러 군부 vs 바그너그룹"..푸틴 러시아 '분열'

손민성 2023. 7. 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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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무장반란 사태 이후 프리고진과 바그너 지휘관들을 포함해 총 35명과 3시간 가량 회의를 진행했다."

크렘린궁이 푸틴과 프리고진이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바그너 지휘관들에게 "추가 고용 옵션"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바그너 지휘관들은 푸틴에게 그들이 국가와 푸틴의 충성스러운 지지자이자 군인임을 확신시켰습니다.

'전쟁의 외주화' 바그너 그룹

예브게니 프리고진ㅣ'바그너그룹' 대표
500일을 넘긴 이번 전쟁에서 푸틴이 요긴하게 활용한 군사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바그너그룹입니다.

바그너그룹, 민간군사회사입니다. 용병이죠.

이들은 정규군과 달리 법과 제도로부터 매우 자유롭습니다. 법과 제도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죠.

전투 효율성이 높을 수 있지만, 그만큼 전쟁 범죄 가능성도 크다는 걸 의미합니다.

푸틴은 이들을 활용해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자 했습니다.

저비용, 고효율.

푸틴은 바그너그룹을 통해 국민 반발을 불러올 징집 없이도 군사들을 모을 수 있었고, 이들은 푸틴의 수족이 됐습니다.

전쟁터에서 저비용 고효율은 무책임을 불렀습니다. 범죄자부터 살인자까지, 총 들겠다면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끌어모은 바그너그룹은 잔혹했고, 비인간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정규군이 꺼리는 일명 지옥 같은 전쟁터에 앞장서 뛰어듭니다.

피를 원하는 용병부터 돈을 원하는 용병까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전쟁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그들은 전투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무자비함으로 무장한 초법적 용병들은 푸틴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고,

믿고 쓸 수 있는 칼이었습니다.

바그너그룹 덕분에 무리한 징집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무리한 작전 지시에 따른 위험 부담도 적었으니까요.

하지만 믿고 쓰던 칼이 손가락을 베어버렸습니다.

군수지원 문제로 정규군과 갈등을 빚던 용병들이 반란을 일으킨 겁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 바그너그룹 수장 : 쇼이구! 게라시모프! 탄약은 어디 있나?]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정규군이 군수지원은 고사하고, 자신들에게 포격까지 가했다며 군사를 몰고 푸틴이 있는 모스크바로 진격했습니다.

프리고진은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정규군 책임자들의 경질을 요구하며 모스크바로 향했고, 푸틴은 간신히 반란의 불꽃을 진화했습니다.

어떻게 반란을 잠재웠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추측만 무성할 뿐,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분명한 건, 푸틴은 절대 용병들을 버릴 수 없다는 겁니다.

풍부한 실전 경험을 토대로 한 전투 능력 면에서도 그렇지만, 푸틴에게 용병들은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친위대, 혹은 별동대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용병들이 작성한 계약서 내용이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용병들은 푸틴에게 반기를 들지 않겠다는 충성서약서를 작성하고 정규군이 아닌 민간군사업체, 바그너그룹에 합류했습니다.

현대판 주군과 친위대로, 완벽한 전쟁의 외주화입니다.

하지만, 프리고진을 좌시할 수는 없습니다. 반란 주동자로, 절대 권력에 치명상을 입힌 장본인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습니다.

프리고진에 대한 용병들의 믿음은 절대적인 상황.

만약 푸틴이 프리고진을 제거한다면 버릴 수 없는 용병들에게 스스로 등을 돌리는 셈입니다.

용병들을 다시 하나로 모을 구심점을 찾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최전방에서 목숨 걸고 싸웠던 용병들의 수장을 죽인다면 러시아 내 초국수주의자들의 여론이 안 좋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러시아 내 푸틴 여론 '악화'

블라디미르 푸틴ㅣ러시아 대통령
이미 초국수주의자들의 여론은 푸틴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군 지휘관들이 석방돼 얼마 전 자국으로 귀환한 게 큰 이유입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인 아조우연대는 지난해 5월 러시아의 무차별 포격에 맞서다 항복해 포로로 잡혔습니다.

이후 튀르키예 중재로 양국 간 포로 교환이 이뤄졌는데, 조건은 지휘관들이 종전 때까지 튀르키예에 머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발발 500일째인 지난 8일, 해당 지휘관들이 고국으로 귀환했다는 사실이 공식 발표됐습니다.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의 정상회담 결과인데, 이를 두고 러시아 초국수주의자들은 크렘린궁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왜 제3국으로 보냈냐', '최전방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러시아를 분열에 빠뜨리고 있다'며 푸틴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푸틴은 마리우폴에서 잡은 아조우연대 지휘관들을 '나치'라 지칭하며 그들을 전쟁의 명분으로 삼아온 터라, 이번 비판이 더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자국 내 비판도 비판이지만, 푸틴 입장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의 유일한 우방, 튀르키예에 뒤통수를 맞은 게 특히 치명타입니다.

이미 등 돌린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뜻까지 밝혀 푸틴의 입지는 더더욱 줄어들었습니다.

에르도안이 튀르키예 대통령으로 재선출되자마자 "친애하는 친구"라며 치켜세운 푸틴의 낯빛이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쟁의 외주화를 통해 자국 민심을 잃지 않고 전쟁을 치르려던 푸틴은 지금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안에선 악화한 민심은 물론,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용병들의 결속력까지 수습해야 하는 처지가 됐고, 밖에선 우방, 튀르키예의 배신에 맞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바그너그룹이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내년 대선을 앞둔 푸틴을 가만히 둘 리가 없습니다.

이번 집속탄 지원 결정은 대반격을 시작한 우크라이나의 부족한 화력을 충분히 채워줄 쐐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 (기자: 대통령님, 왜 지금 집속탄을 지원하려는 겁니까?) 우크라이나군에 탄약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든든한 수족일 줄 알았던 바그너그룹이 이탈한 상황에서 만약 러시아의 인적 물적 자원 부족으로 방어망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그래서 다시 자국민 징집을 시도해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키이우를 단기간에 함락하지 못했던 때처럼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는 푸틴의 통치 기반의 뿌리를 흔들고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러시아 군부를 분열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200명 남짓한 러시아 내 친우크라민병대는 푸틴 정권이 내년 말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의 반란에, 병력 부족, 민심 악화까지.

우크라이나 편인데다, 힘없는 소수 민병대의 말이라고 해서 흘려듣기엔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사마천이 쓴 역사서, 사기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결국, 우크라이나와 미국, 서방이 노리는 건 러시아 내부의 분열입니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러시아의 내부 상황은 푸틴의 통제 범위를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기획·구성 : 손민성(smis93@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편집 : 이형근(yihan3054@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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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손민성 (smis9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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