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꽂힌 세계의 도시들 "제2 빌바오 되겠다"
작년 창출한 총수요 6700억원
英맨체스터 '아비바스튜디오'
경제효과 10년간 2조원 전망
美저지시티, 퐁피두센터 건립 중
UAE 아부다비도 공공미술 투자
작년 한 해 동안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 최대 도시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에는 128만9147명이 몰렸다. 1997년 설립 후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이 중 절반은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외국인이었다. 개관 25주년 맞이 무료입장 이벤트가 열린 덕에 바스크 지역 출신 방문객도 예년 대비 세 배로 불어났다. 한 해 동안 구겐하임미술관이 창출한 총수요는 4억7250만유로(약 6725억원)로 추정됐고, 바스크 지방 국내총생산(GDP)을 4억1390만유로만큼 밀어 올렸다. 빌바오 지방 정부도 7000만유로(약 996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었다. 구겐하임미술관을 짓는 데 들어간 초기 비용은 1억유로에 불과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이 같은 ‘빌바오 효과’를 누리기 위해 예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예술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웰빙(행복)’과도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문화 인프라의 발전 정도가 한 도시의 생존 가능성(liveability)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英, 테이트 모던 이후 최대 투자
12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영국 맨체스터 세인트존스에 1만3006㎡ 규모로 세워진 다목적 예술 공연장 ‘아비바스튜디오’가 첫 손님을 들였다. 이 공연장의 공식 개관은 오는 10월로 예정됐지만 ‘맨체스터 국제 페스티벌’을 맞아 약 2주 동안 임시로 문을 열었다. 현대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구사마 야요이가 아비바스튜디오의 첫날을 장식했다. ‘너, 나 그리고 풍선(You, Me and The Balloons)’을 주제로 한 구사마 작가의 대형 조형물이 아비바스튜디오 내부를 빼곡히 채웠다. 이번 전시는 그의 역대 전시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스튜디오 설립에는 총 2억1100만파운드(약 3525억원)가 들었다. 대부분을 영국 정부와 맨체스터 시의회가 조달했다. 2000년 테이트 모던 이후 영국 정부가 단일 예술 사업에 이 정도 재정을 쏟아부은 건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자국 내 최대 보험사인 아비바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2400만~3500만파운드의 자금 지원을 약속받은 뒤 공연장 이름에 아비바를 넣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로 향후 10년간 발생할 경제 효과는 11억파운드(약 1조8375억원)로 추정된다. 베브 크레이그 맨체스터 시의회 의장은 “최대 1500개의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술이 곧 도시의 미래”
유럽뿐 아니라 미국 아시아 중동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미국 뉴저지주 북부의 저지시티는 “예술의 최종 목적지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분관을 유치했다. 북미 지역 최초로, 개관 예정 시점은 2026년이다. 프랑스 메츠, 벨기에 브뤼셀, 스페인 말라가 등 유럽 위주로 분점을 운영하던 퐁피두센터는 최근 몇 년 새 중국 상하이 등 진출 범위를 넓히며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화그룹과 함께 서울 63빌딩에 분점을 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퐁피두센터와 분관 설립 계약을 맺었다. 2027년 분관이 들어설 예정인 알 울라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문화 수도’로 점찍은 도시로, 최근 박물관 설립이 한창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향후 5년간 60억달러(약 7조7000억원)를 들여 아부다비 전역에서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밝혔다. 아부다비는 2017년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분관을 세계 최초로 유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아시아에선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열리는 홍콩이 팬데믹 기간 시행된 엄격한 격리 정책과 반정부 시위 등으로 주춤한 틈을 타 싱가포르와 서울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문화가 곧 미래’라는 이들 도시의 판단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다섯 가지 기준 중 하나로 문화를 꼽는다. 영국 싱크탱크인 센터포시티는 25~34세 사이의 청년층이 거주지를 결정하는 데 문화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주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도 2017~2022년에 걸쳐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된 조사에 기반해 예술에 자주 노출될수록 우울증, 치매, 만성 질병에 시달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2헝다' 나오나…中부동산 연쇄 디폴트 공포
- 이노비즈테크·차지포인트 등 전기차株 추가 급등 '충전 중'
- 30% 뛰다 다음 날 40% 급락…美 '파산주'에 몰리는 개미
- 약세장 점쳤다 쓴맛 본 헤지펀드 거물
- 스트리밍 적자 대폭 축소…디즈니 '반격 시작'
- 윤도현 "3년 투병 마쳤다"…암세포 완치 판정 [건강!톡]
- 아이브 합류 '잼버리 K팝 콘서트'…"섭외는 KBS, 정부 요청 아냐"
- 텍사스 대형 산불, 추신수 1200평 집도 삼켰다…"너무 충격적"
- '음주' 김새론,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복귀 시동
- 국악 사랑한 20대 해금 연주자, 3명에 새로운 삶 주고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