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에 ‘김정숙 여사 관여론’까지 들고나온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려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변경했다는 의혹에 대응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반격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철규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양평군수가 자신의 부인과 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의 친분을 강조하며 노선 변경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전임 정부를 끌어들여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물타기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기현 대표와 함께 미국 출장 중인 이 총장은 이날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양평경찰서장을 했으니 잘 안다”며 “양평 사람들이 강상면(을 종점)으로 해서 원주로 갈 수 있도록 그 당시 (민주당 소속) 군수가 주민들 간담회에 이걸 중앙정부에 건의해서 반영시키겠다 하면서, 군수는 자기 부인이 김정숙 여사랑 선후배다 해서 반영 가능하다고 생색내고 그런 다음에 올라간 양평군민들 요구안이 강상(면 종점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이 말하는 군수는 민주당 소속으로 2018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양평군수를 지낸 정동균 전 군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을 고속도로 종점으로 한 변경안을 국민의힘 정부가 갑자기 마련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소속 정 전 군수가 먼저 추진했고, 그 과정에 김정숙 여사가 관여했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전직 대통령 배우자까지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전 군수는 이날 통화에서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며 “국민의힘 사무총장다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당내에서도 ‘김정숙 여사 관여론’이 억지스럽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잘못된 대응방식의 교과서 같은 사례”라며 “이 주장대로 김정숙 여사가 연루되었다면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 연루된 ‘민주당 게이트’니까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해야되는 상황”이라고 썼다. 국민의힘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에 이전 영부인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한 이상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할 논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고속도로 종점 변경이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에게 특혜를 주려했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SNS에 “민주당은 (강상면을 종점으로 한) 대안 노선이 (윤석열 정부) 인수위 시기 국토교통부 용역으로 마련된 것이라 또다시 허위 선동정치에 나섰다”며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1월6일 타당성조사 방침 결정, 1월10일 용역 발주, 2월21일 조달청 입찰 공고, 3월15일 낙찰자 선정을 거쳐 이뤄졌으면 문재인 정부를 용역의 주체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양평군에 부동산을 보유한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을 당장 뒤집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부각하며 시간을 벌고, 민주당 공세가 사그라들면 양평군 주민들 여론의 힘으로 다시 강상면 종점안을 추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양평 주민들의 주민투표·여론조사를 하자, 교통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판단하게 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모두 강상면 종점안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
문제는 국책사업으로 인해 김 여사 일가가 큰 혜택을 본다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김 여사 일가가 땅을 처분해야 한다거나 원래 종점(양서면)으로 바꿔야 한다, 강상면 종점안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지만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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